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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오늘은 나갈 거라 매일 약속했지만…기도했다"

<앵커>

구조된 사람 가운데는 어린이들도 꽤 있습니다. 잔해 더미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두려움의 시간을 견딘 아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 상태는 어떤지, 현지에 가있는 김형래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튀르키예 남부 지진 피해지역 부상자들이 주로 이송되는 아다나 시립병원입니다.

이곳 아다나 시립병원에는 이번 지진에서 기적적으로 돌아온 생존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직접 병실로 찾아가 만나보겠습니다.

147시간, 만 엿새를 잔해 속에서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된 10살배기 주디, 상처투성이인 얼굴과 손으로 병실을 둘러싼 취재진들을 신기한 듯 바라봅니다.

태어나 처음 겪는 큰 충격 때문인지 지진 당시 상황은 잘 기억해내지 못했습니다.

[주디 (10살)/지진 생존자 : (지진 당시에) 머리에 떨어지는 것만 없기를 바랐어요. 정신이 없었어요.]

다만, 잔해더미 아래 깔린 상황에서도 가족 얼굴만 떠올랐다고 말합니다.

[주디 (10살)/지진 생존자 : 눈앞에 돌이 떨어져 있었는데, 엄마랑 형제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주디는 잔해더미 아래 너무 오랫동안 깔려있던 나머지, 구조된 뒤에도 몸이 굳어버린 듯 팔을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병원 의사 : (상태는 괜찮습니까?) 팔이 좋지 않습니다. (골절됐습니까?) 아뇨, 조직이 손상됐습니다.]

구조 현장 근처에서 애타게 기도하며 딸의 구조를 기다리던 엄마와 다시 만난 주디는 어른이 되면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여덟 살 타넴도 잔해 아래에서 아버지와 100시간 넘게 갇혀 있다가 구조됐습니다.

곤히 잠든 딸을 보면서 아버지는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립니다.

[구조된 타넴(8살) 아빠 : 큰 파편이 침대 모서리에 걸쳐지면서 우산처럼 다른 파편들을 막아줬습니다.]

심한 갈증에 입 안에서 피가 나올 정도였지만, 그보다도 고통스러웠던 건 매일 오늘은 나갈 수 있는 거냐고 묻는 어린 딸의 모습이었다고 말합니다.

[구조된 타넴(8살) 아빠 : 딸에게 매일 오늘은 나갈거야라고 약속을 했지만, 지켜주지 못해 너무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엔 딸이 차라리 그냥 죽고 싶다고 해서 신께 기도했습니다.]

삶의 터전은 잃었지만 딸의 생명을 구한 게 천만다행이라는 아버지는 병원에서 나가면 어디로 갈지가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양지훈,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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