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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한 줄기 빛"…장발장 은행 '순항 중'

<앵커>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람들 가운데 돈이 없어서 교도소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도움을 주기 위한 '장발장 은행'이라는 게 있는데 그동안 어떤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는지, 8년째인 지금 운영 상황은 어떤지, 손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46살 A 씨는 올해 초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소액 대출 광고를 발견했습니다.

[A 씨/장발장 은행 수혜자 : 통장을 제공해주면, 자기들끼리 돈을 넣었다 뺐다가 실적을 쌓아서 그 실적으로 해서 대출을 받게 한다고요.]

알고 보니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었습니다.

통장이 범행에 이용돼 A 씨도 공범으로 기소됐고,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낼 돈이 없었습니다.

구속 위기에 처한 A 씨에게 담보도 없이 270만 원을 대출해준 곳은 '장발장 은행'이었습니다.

[A 씨/장발장 은행 수혜자 : 아무것도 낼 게 없는데 한 줄기 빛이었죠. 무지하게 감사하죠. 아무것도 모르는 저한테 금전을 준다는 게 진짜 고마운 거죠.]

39살 B 씨는 지난해 한 편의점 점원과 다투고 욕설한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다친 허리 때문에 생계를 꾸리기조차 어려웠고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던 상황.

장발장 은행은 벌금 전액을 대출해 줬습니다.

[B 씨/장발장 은행 수혜자 : 담당자님께서 '선생님, 진짜 마음 편하게 하십시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부담도 없고, 제 생활도 너무 편안하고 그렇습니다.]

지난 2015년, 한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만든 장발장 은행.

벌금 낼 돈이 없어 옥살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1인당 최대 300만 원까지 무이자·무담보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부한 성금이 자본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창익/장발장 은행 대출심사위원 : 가난한 사람이 느끼는 100만 원과 부자가 느끼는 100만 원은 다르거든요. 돈 없어서 감옥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저희가 벌금이라도 빌려드리자'….]

그동안 은행의 도움을 입은 사람만 1,124명.

빌려준 돈을 못 받아 곧 문을 닫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빚을 갚은 상환율은 50%를 웃돕니다.

장발장 은행의 목표는 벌금 제도 개혁입니다.

[오창익/장발장 은행 대출심사위원 : 벌금 제도의 개혁이라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소득과 재산에 따라서 다른 벌금을 내게 해주면 됩니다.]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갇히는 사람만 한 해 평균 4만 명.

가난이 가중처벌의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는 단순한 원칙을, 장발장 은행은 8년째 실천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김태훈, 영상편집 : 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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