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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삶, 안 고프다고 되뇌어" 가정서 도망친 이들

제도 밖 '탈가정 청년들' 2만 명 추산

<앵커>

가정폭력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게 된 청년들을 탈가정 청년이라고 부릅니다.

복지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런 청년들은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추석 연휴에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외롭게 보내야 했던 이들을 김민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탈가정 청년'들이 가정이란 울타리 밖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추위와 배고픔입니다.

[곽소현 (가명)/탈가정 청년 : (컨테이너) 바닥 난방이 안 되다 보니까 근처 찜질방 가서 몸 녹이고, 스스로한테 배고프지 않다고 계속 최면을 또 자주 걸었던 것도 (있어요.)]

명절 연휴는 힘겨운 현실을 더 느끼게 할 뿐입니다.

[강예진 (가명)/탈가정 청년 : (친구들은) 명절에 내려가서 가족들이랑 제사 음식 잔뜩 먹고 제사 음식 싸 오고 그러거든요. 하늘이 (저는) 그렇게 살도록 허락하지 않은 거라고.]

이런 탈가정 청년은 보호 단체들이 2만 명 정도로 추산할 뿐, 몇 명인지, 어디서 사는지, 정부의 공식 자료도 없습니다.

[노혜련 교수/숭실대 사회복지학부 : 탈가정 청년이라는 용어 자체가 법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정의가 안 돼 있는 상태죠. 그러니까 이 청년들이 얼마나 있는지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이런 거 파악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현행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도움을 받기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족 전체를 묶어서 대상을 선정하는 '가족 단위' 복지제도를 채택하고 있어서, 만 30세 미만 청년이 따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폭력 피해를 스스로 입증하면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은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릅니다.

[정익중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있는 아이들은 극단적 무기력에 빠져있는 아이들도 많고 고립과 단절에 있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그런 아이들에게 '서류를 만들어 와야지 지원하겠다', 말도 안 되는 얘기고요.]

이렇게 수급자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저소득층 청년 월세 지원이나 청년 전세 임대제도는 기존 수급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제도에 기반한 복지제도에서 사각지대가 발견되는 만큼, 탈가정 청년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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