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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무릎까지 물 차면 성인 남자도 대피 불가능"

<앵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인 지하주차장은 순식간에 위험한 곳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지난달 수도권에 비가 많이 왔을 때도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면서 1명이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하정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타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빗물.

출구를 향해 줄지어 올라가는 차들 사이로 마치 소용돌이치듯 움직입니다.

11호 태풍 '힌남노'로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포항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입니다.

수도권에 115년 만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에도 강남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형 재해, 특히 비 피해가 클 때마다 지하주차장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최근 반복되는 것입니다.

주차 공간 부족으로 깊은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추세인데, 전문가들은 이런 지하주차장이 폭우 때 심각한 위험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하주차장 진입로가 지면과 맞닿아 넓게 뚫려 있고, 아래로 경사져 많은 물이 빠른 속도로 유입됩니다.

[조원철/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 가파르면 물이 들어갈 때 빨리 가죠, 그게 핵심이고. (힘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물이 한 10cm 정도 경사면을 따라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면 10cm라도 엄청난 에너지라….]

또 차량이 여러 대 세워져 있기 때문에 이 사이로 와류, 즉 소용돌이 물살이 발생합니다.

배수마저 쉽지 않다 보니 물이 들이차기 시작하면 이미 위험한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실증 실험을 한 결과 지하 공간에서 물이 성인 정강이 높이까지만 차도 물살 때문에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무릎 바로 밑까지 물이 들이차면 남녀를 불문하고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출입문을 여는 것 자체가 수압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물이 차기 시작했다면 곧바로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주차장 출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현재는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한해서만 지하주차장 차수판 설치 의무가 있습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내가 설치하고 싶다, 그런 분들이 설치할 수 있게 용이하게 기술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이런 부분들을 지원해주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겠다.]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배수펌프의 용량을 늘리는 것도 위험을 줄일 방안으로 제시됩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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