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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 아니다"…뒤집힌 '초원복집' 판례

<앵커> 

1992년에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모의한 사실이 야당 측의 '도청'으로 폭로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식당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한 야당 관계자들에게 주거침입죄로 유죄가 확정돼, 그 뒤 비슷한 사건들의 판례가 돼왔는데 오늘 대법원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습니다. 

박찬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제14대 대통령 선거 1주일 전, 법무장관을 지낸 김기춘 씨가 부산시장, 부산경찰청장 등을 한 식당에 불러 모아 이런 말을 합니다. 

[김기춘/전 법무부 장관 (1992년 12월) :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 믿을 데라고는 부산, 경남 그 정도밖에 없어.]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는 겁니다. 

이 녹음은 야당인 통일국민당 당원들이 도청해 세상에 알려졌고, 식당 이름을 따 '초원 복집' 사건으로 불리게 됩니다. 

도청한 당원들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97년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식당 주인이 출입을 허락했어도 도청 목적을 알았더라면 들여보내지 않았을 거라며 주거침입죄를 인정했습니다. 

25년 만에 대법원의 판단은 바뀌었습니다. 

2015년 한 운송업체가 기자의 부적절한 요구를 녹화하기 위해 식당 주인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다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당했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식당 주인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지가 주거 침입의 기준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초원 복집 판례를 비롯해 거주자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본 기존 주거침입에 관한 판례들은 유효하지 않게 됐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박춘배,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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