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1일) 남자배구에서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작전 타임 때, 지시는 하지 않고 침묵만 지켰는데요. 선수들이 거짓말 같은 역전극을 펼쳤습니다.
유병민 기자입니다.
<기자>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준 현대캐피탈이 2세트에서도 속절없이 무너지며 OK금융그룹에 먼저 16점째를 허용하자 테크니컬 작전 타임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벤치로 다가오는 선수들을 향해 최태웅 감독은 아무 말 없이 돌아가라고 손짓합니다.
[캐스터 : 최태웅 감독이 화가 많이 났을까요?]
[해설위원 : 화가 많이 나 보이고요.]
19점째를 허용했을 때는 최 감독이 직접 작전 타임을 부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 : 선수들이 대화를 통해서 헤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무언의 질책, 이런 것도 있었고요.]
코트에 남아 대화를 주고받던 선수들은 이후 180도 다른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무서운 집중력으로 공을 살려냈고, 완벽한 타이밍의 높은 블로킹과 찰떡같은 호흡으로 코트 구석구석을 강타하며 흐름을 바꿨습니다.
먼저 두 세트를 내줘 벼랑 끝에 몰렸던 현대캐피탈은 침묵의 작전 타임 이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짜릿한 역전쇼를 펼치고 환호했습니다.
[최태웅/현대캐피탈 감독 : 어떤 큰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었거든요. 위기를 잘 극복하고 이겨내서 잘했다고 이야기했어요.]
현대캐피탈은 모레 새 외국인 선수 펠리페의 합류로 후반기 반전을 노립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