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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보호" vs "유기 조장"…베이비박스 해법은?

<박찬범 기자>

지난달 19일, 경기 오산의 한 의류수거함에서 탯줄이 잘리지도 않은 신생아가 발견됐습니다.

영하 날씨 속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는데, 이처럼 매년 영아 유기 사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 단체가 이런 영아 유기 막아보겠다고 고안해 낸 게 바로 '베이비박스'입니다.

당장 갓 태어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고 가면, 이를 대신해서 자원봉사자들이 키워주는 형식인데요. 베이비박스 논란, 현장 취재했습니다.

1년 365일, 누구든지 열 수 있는 작은 문이 하나 있습니다.

[김지환/베이비박스 담당 직원 : 이곳에 와서 이렇게 문을 열면 아이를 놓을 수 있는 거예요.]

갓난아기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김지환/베이비박스 담당 직원 :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내부에 벨이 울리게 됩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설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24시간, 베이비박스를 지킵니다.

[자원 봉사자 : 아이고 이쁘네!]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된 영아는 지금까지 약 2천 명에 달합니다.

미혼모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산했을 때 출생신고도 못 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 시설에서는 해당 영아가 입양되거나, 보육 시설에 갈 때까지 우선 양육을 대신 맡습니다.

[김지환/베이비박스 담당 직원 : 이 작은 상자를 통해서 2천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보호되고 정말 어떻게 위태로운 상황에서 구출된 거잖아요.]

그런데 이 베이비박스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시설입니다.

현행법은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 또는 위탁 보육을 신청해야, 보호시설에서 아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베이비박스 안에 아기를 두고 가는 행위를 아기 '유기죄'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박성민/변호사 : 베이비박스에 두는 경우 아기의 생명 신체에 위험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형법상 유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이렇게 맡기고 가는 건 합법, 돌봐주는 건 불법인 경계선에 놓여 있는 겁니다.

베이비박스가 양성화해야 할 좋은 대책인지, 양육 의지를 잃게 하는 미봉책에 불과한지도 논란입니다.

국내 영아유기 사건은 연평균 10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버려지고,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데, 대책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강동철·배문산·설민환,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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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베이비박스' 찬·반 입장?

[박찬범 기자 : 일단 찬성 측은 베이비박스가 유기치사 방지하고 제도적 빈틈을 메워준다고 하는데요. 한번 얘기 들어보시죠.]

[박성민/변호사 (찬성 측) : 친생부모가 직접 키우도록 설득하고 기저귀나 분유, 아기용품 등을 지원하고 그래도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 아기를 국가의 보호 영역으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입법의 미비로 하지 못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박찬범 기자 : 반대 측은 오히려 이런 베이비박스 운영이 유기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는데요. 반대쪽 얘기도 들어보시죠.]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반대 측) : 베이비박스가 있어서 살린 부분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부분보다는 베이비박스로 아이들이 모였다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유기할 수 있는 곳이 '여기 있구나' 알게 되면서 이쪽에다가 유기하는 것이거든요.]

Q. 또 다른 대책?

[박찬범 기자 : 익명출산제라고 불리는 보호출산제가 있습니다. 대게 출산 사실조차 숨기고 싶은 친모가 유기를 할 가능성이 높기 마련인데요. 그렇다 보니까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출산 사실을 숨긴 채 갓 태어난 아기를 지자체가 보호시설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21대 국회에서 이러한 출산보호제 신설 법안이 의원 발의돼 있는 상태인데요. 물론 태어난 아기가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부모 입장에서는 양육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게 출생통보제인데요. 병원에서 신생아가 태어나면 병원 측이 즉시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출생 미신고 사각지대에 놓인 아기를 줄일 수 있다는 효과를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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