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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착취 당하는 지적 장애인…매뉴얼 시급

<앵커>

지적 장애인의 판단력 부족 등을 악용해 돈을 갈취하는 범죄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신고하거나 피해를 스스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 실태와 대책, 하정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기자>

지적장애 2급인 정 모 씨가 지인 손에 이끌려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은 건 지난 2017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말만 믿고 휴대전화를 개통했는데

[정 씨/피해자 : 나는 안 하려고 그러는데 걔가 '형 바보야? 이것도 못 해?' 하면서, '해봐 쉬워' 하면서 '일단 연기만 잘하면 돼…'.]

지인은 바로 휴대전화를 팔아치운 뒤 돈과 유심칩을 가로챘습니다.

나날이 불어난 통신비를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가 나섰지만,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피해자 어머니 : 경찰서에 가서 얘기를 했는데, 경찰서에서도 별 반응이 없었어. 혼자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지 너무 난감하더라고. 내가 막 진짜 이리 쫓아다니고 저리 쫓아다니고 진짜 막 법원 앞에도 또 가보고.]

결국 지자체에서 연결해준 변호사를 만나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고 돈을 돌려받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적장애인 경제적 착취의 구조적 문제는 지적장애인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데 있습니다.

[방대욱/변호사 :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기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특히 발달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이런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신고 단계부터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성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 상담기관을 만나지 못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가장 가까운 지구대, 주민센터 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자들이) 빨리 대응하실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발생하는 피해의 규모에 비해 체계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굉장히 늦다고 생각이 돼요.]

단순 사기 피해가 아닌, 장애 취약성을 악용한 학대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적장애인 경제적 착취 범죄의 경우 대부분 소액 사기 사건으로 취급되다 보니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 경우가 60%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양형 기준 강화 같은 제도적 개선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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