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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동의 없이 시술" 진료기록까지 위조

<앵커>

심장 판막에 어떤 이상이 생기면 그동안은 가슴을 연 뒤 인공 판막을 넣는 외과적 수술을 많이 해 왔습니다. 그러다 한 10년 전부터는 허벅지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낸 뒤에 혈관을 통해서 인공 판막을 심장까지 밀어 올리는 시술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의학 용어로는 이걸 TAVI 시술이라고 합니다.

생명과 직결된 심장을 다루는 치료법이고, 이 방법이 모든 환자한테 다 괜찮은 건지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게 아니어서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전문의의 동의 아래 시술하도록 당국이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정부가 정한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심지어 진료기록까지 위조했다는 내부 주장이 나왔습니다.

끝까지 판다팀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9년 12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A 교수가 강의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A 교수가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심장 통합진료에 참여해 TAVI 시술에 동의했다는 의료 차트가 작성됐습니다.

A 교수는 이 사실을 약 7개월 뒤 발견했습니다.

[A 교수/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 (2019년 12월경부터) 컨퍼런스(통합진료)가 유야무야 진행되지 않았고, 제가 사인한 적이 없는데 제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게 의아해서‥]

통합진료 원칙을 어긴 건 물론, 진료기록까지 위조한 정황입니다.

동료 흉부외과 의사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당시 동료 교수 : 부적절한 TAVI 시술이라고 생각되는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발견됐어요. 누가 사인을 했는지 알아보니까 제가 사인했다고 그러는 거예요. 무슨 휴가 때 사인한 것도 있고.]

의사 동의 없는 진료 기록 작성이 가능한지 이 병원 간호사를 접촉했습니다.

[전 서울성모병원 간호사 : 공용 파일이 있어요. 그 파일 안에 교수님들 아이디랑 비밀번호, 인증서 암호 이런 게 엑셀 파일로 딱 정리가 돼 있는 게 있거든요. 그 파일을 누구나 열어볼 수 있는 거죠.]

7개월 동안 이렇게 위조된 진료 기록으로 53건의 TAVI 시술이 이뤄졌다는 게 A 교수의 주장입니다.

외과수술은 약 500만 원 정도 드는 데 비해 TAVI 시술 비용은 건당 약 3천만 원.

이 중 20%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환자 부담입니다.

[A 교수/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 TAVI 시술을 늘려서 병원에서 홍보를 많이 하고. 이게 고가의 시술이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그만큼 수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합진료가 거짓일 경우 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도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 : 심장통합진료는 지켜야 되는 거고요. (심장통합진료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게 확인이 될 경우에는 저희가 (요양급여를) 다시 심사하거나 그런 사후 관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지난해 코로나 방역과 임상강사 파업 등의 여파로 정상적인 병원 업무가 진행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타비 시술 담당자는 "진료기록이 어떻게 작성됐는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공익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CG : 조수인·임찬혁, 화면출처 : 유튜브 Gebruder Betz Medical An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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