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바다를 보려고 설치한 망원경으로 주변 민가와 호텔 객실 안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망원경을 설치했던 속초시에서는 이 문제를 알고서도 손 놓고 있다가 취재 이후에야 망원경을 철거했습니다.
최선길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속초의 설악대교.
속초 대표 관광지인 아바이마을과 이어져 있어 관광객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이 다리 위에는 동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20 배율의 고성능 망원경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망원경, 바다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반대쪽 시내 방향까지 좌우로 180도 돌아가는데, 근처 아파트나 호텔 방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입니다.
다리 건너편 방 안입니다.
직선거리로 200m 정도 떨어진 곳인데 이렇게 제 움직임이 망원경을 통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녁이 되고 불이 켜지자 숙박객들이 마주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한예린/관광객 : 좀 소름 끼치죠. 보인다는 것도 모를 텐데 누가 내 몸을 보고 있다고 하면 편하게 쉬려고 온 건데 불안하죠.]
근처에 사는 주민들까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뭐야, 이거.]
[인근 주민 : 내 집이 저긴데 이거 정말 문제가 있네요. 뚜렷하게 사람이 다니는 것이 보이면 이건 정말 안 되겠네.]
속초시는 당초 바다 방향만 보이도록 망원경을 설치했다면서 고장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취재를 시작하자 속초시는 문제의 망원경을 서둘러 철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