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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시험 봐 주세요"…거절하면 '별점 테러' 압박

<앵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팔도록 중개하는 플랫폼 앱에서 불법적인 거래가 늘고 있습니다. 선생님 구한다며 대리 시험 봐달라고 요구하고 숙박앱 쓰는 업주에게 투숙 관련 불법을 묵인해달라는 압박도 있다는데, 별점과 후기가 걱정돼 이런 요구들을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는 하소연마저 나옵니다.

김민표 기자입니다.

<기자>

비대면 수업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이 대학생은 은밀한 제안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또래 대학생들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시험을 대신 쳐 달라고 접근한다는 겁니다.

[과외교사 : 대리시험 문의가 자주 오거든요. (제가) 경영학과라서 경영학과 (시험) 과목들이 있는데 대개는 다른 학과 사람들한테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부정행위구나 깨닫고 저는 안 합니다. (거부하죠.)]

부정행위를 부탁하는 통로는 과외 교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플랫폼.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험이 많아지면서 시험 관리가 어려워진 허점을 노리고 대학생들이 과외 플랫폼의 교사들에게 대신 시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과외교사 : 줌을 켜놓고 시험 풀고 있는 모습을 찍어라. 이런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경우도 화면 밖에서 누가 옆에서 도와주기만 하면 문제없는 거니까.]

대학 입시 철에는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하는 고3 수험생도 있다고 합니다.

[과외교사 : 논술 쪽 (과외) 하시는 분들 있거든요. 그런 분들한테 자소서 부탁하기도 하고.]

숙박업소 중개 플랫폼도 불법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숙박 앱에서는 미성년자의 회원가입과 예약에 제한이 없고 이용 요금을 미리 지불합니다.

때문에, 업주들은 미성년 남녀가 함께 이용하는 것을 막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합니다.

[윤중한/숙박업주 : 미성년 친구들이 와서 몰래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요즘에 코로나 시국이라 다 마스크 쓰고 있잖아요. 알 수가 없어요. 마스크 벗어달라고 하면 안 벗겠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출입을 막으면 별점 테러와 악성 후기로 분풀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중한/숙박업주 : (입실 거부하면) 미성년자들이 욕을 하고 가죠. 그런 다음에 앱에 별점 1점 짜리에 악플이 달리게 되는 거죠 그때부터는…]

숙박업주나 과외 교사들이 플랫폼의 별점을 무기로 한 불법의 압박에 노출돼 있는 겁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지금의 별점과 후기 제도를 개선하는 데는 소극적입니다.

[김만진/숙박업주 : 우리(숙박앱)는 그냥 예약만 받았어. 너희가 가서 신분증 검사 안 한 거 너희잖아. 너희가 다 책임져야 돼. 우리만 그런 책임을 지는 거죠.]

코로나 이후 플랫폼이 생활의 필수 앱이 되고 관련 산업의 지배력이 커졌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작동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별점이 불법에 악용되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치 않습니다.

[김은정/참여연대 간사 :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를 판단하는 기준을 배달 앱이 분명히 세우고 이것을 예방하고 구제하는 전 과정에 배달 앱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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