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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32분음표"…음대 입시곡 사전 유출 의혹

<앵커>

대학 입시철이 다가오는 가운데, 연세대 음대에서 입시 실기시험 곡이 공식 발표 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학교 측은 급하게 입시곡을 바꿨지만 사전 유출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인데, 음대 출신인 박재현 기자가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이 곡은 작곡가 리스트의 파가니니 대연습곡 4번입니다.

2022학년도 연세대 피아노과 입시곡으로 출제됐습니다.

피아노과는 매년 9월 초 입시곡을 발표합니다.

지원자들에게 4개월 동안 연습할 시간을 준 뒤, 이듬해 1월 연주 시험을 통해 합격자를 가려냅니다.

그런데 올해 입시곡이 공개되기 하루 전날, 피아노 전공 관련 입시 채팅방에 이상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피아노과 지원자 :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누가 말을 한 거예요. 연세대의 입시곡을 미리 알고 있다.]

한 참여자가 작곡가 이름 등 입시곡에 대한 힌트를 올렸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인맥'이라고 답합니다.

다음날 학교가 공개한 입시곡은 A 씨가 말한 그대로였습니다.

작곡가 '리스트'의 곡이면서 32분음표로 시작하는, 파가니니 대연습곡 4번이었던 겁니다.

[최종열/음대입시사이트 관리자 : (수많은 작곡가 중) 리스트를 정확히 얘기한 점, 여기부터는 1% 확률도 아닌 소수점으로 들어갑니다. 32분음표가 나오는 곡, 사막에서 바늘을 찾은 격.]

곡을 미리 알고 연습시간을 더 가질 수 있다는 건 음대 수험생들에겐 엄청난 특혜입니다.

그렇다면 발표 전에 입시곡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입시곡은 여름방학 기간 중 피아노과 교수들이 모여 결정합니다.

결정된 곡은 조교를 거치지 않고 바로 담당 행정 직원에게 전달됩니다.

교수들과 소수의 행정 직원만이 곡을 미리 알 수 있단 겁니다.

연세대는 진상조사위를 꾸려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하고, 입시곡을 변경해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 측은 외부 조사가 필요하다며 권익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지난 2015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도 성악과 교수가 입시곡을 미리 유출했다가 집행유예를 받고 해임됐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공정한 경쟁, 노력에 의해 보상받고자 하는 수험생들의 기대를 상실하게 하는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이홍명, CG : 이연희, 화면제공 : 음대입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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