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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전 차단기 설치했지만…전기 불꽃에는 '무용지물'

<앵커>

지난 6월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콘센트 전기 불꽃에서 시작됐습니다. 누전 차단기가 작동해 전기를 차단해야 했지만, 결국 큰불로 번졌죠.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박재현 기자가 실험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 6월 17일 쿠팡 물류센터.

선풍기를 연결해놓은 콘센트에서 불길이 일어납니다.

이윽고 불똥이 튀며 불이 번집니다.

콘센트에서 시작된 작은 불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3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친 2019년 대구 사우나 화재.

역시 노후 콘센트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두 화재 모두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면서 시작했지만, 누전 차단기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누전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방재시험연구원과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먼지와 물기가 스며든 콘센트 내부에 전기를 통하게 하는 상황을 설정했습니다.

[전원 올리겠습니다.]

불꽃이 튀더니 연기가 올라옵니다.

금방 불길이 커지며 사방으로 솟구칩니다.

그런데 누전차단기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누전차단기에 불꽃이 튀는 상황에서도 스위치는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누전이나 과부하 등으로 전류량이 급격히 변하면 누전차단기는 자동으로 전기를 차단합니다.

하지만 타닥 소리를 내며 불꽃이 일어나는 건, 공기나 이물질을 매개로 전기가 통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전류량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지 않아 누전차단기가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김성제/방재시험연구원 화재조사센터 과장 : (불꽃 방전은) 전류가 적게 흘러서 차단기가 감지를 못하는 겁니다. 크게 흘러야지만 차단기가 '아 이거 사고다' 하고 차단되는 겁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화재 사고에서 전기 문제로 인한 화재는 24%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누전 차단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불꽃을 감지할 수 있는 차단기를 일찌감치 도입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규정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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