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단독] 중국 · 미국 · 멕시코 넘나든 '마스크 사기행각'

<유수환 기자>

지난해 초, 기억나십니까.

코로나 공포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한국의 한 기업인이 중국과 멕시코 등지로 엄청난 양의 마스크를 수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반석 기자>

중국과 멕시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쌍수를 들며 환영했겠죠.

그런데 그때는 국내에서도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고 1인당 구매 수량까지 있었습니다.

국내 업체의 국제적인 마스크 사기 범행의 전모를 단독 취재했습니다.

멕시코 북동부의 외딴 지역.

이곳 창고에 대량의 마스크를 보관하고 있다는 한국 업체의 말을 믿고 미국 중개업체는 멕시코 정부에 대량의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멕시코 정부로부터 질책만 들어야 했습니다.

[미국 무역업체 바이어 : 멕시코 정부는 비행기를 임대해 마스크가 있다는 창고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멕시코 정부에서 찾아보니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중국의 한 무역업체도 지난해 2월 이 한국 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마스크 400만 장을 받기로 해고 계약금으로 100만 달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차일피일 배송이 미뤄졌고 결국 단 1개의 마스크도 받지 못했습니다.

[중국 피해 업체 사장 : 허위서류에 속아 계약을 했는데 아직까지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마스크도 못 받았습니다. 중국 기업 10여 곳이 사기를 당해 피해를 봤습니다.]

중국 내 피해 업체가 10곳이 넘는다는데, 중국 업체들이 뒤늦게 알아보니 한국 업체 판매 사이트의 설명 내용은 모두 가짜였습니다.

한국 업체의 중국 사무실도 주소만 빌린 것이었습니다.

마스크 공급원이라던 덴마크 업체는 이 한국 업체와 접촉 자체가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한국 업체 주소로 직접 찾아가 봤는데 공유 사무실로 쓰이는 곳으로 회사의 실체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국내 한 마스크 생산업체도 이용만 당했다고 하소연합니다.

대량 수출을 약속했는데 홍보용 샘플만 챙겨갔다는 것입니다.

[한국 업체 직원 : 어마어마한 수량을 팔아주겠다고 해서 5천만 장에 대한 계약서까지 써놓고 팔아주는 건 한 장도 없고, 차일피일 미루고, 어떤 자기의 도구(다른 용도)로 쓰여지지 않았나 싶어요.)]

중국 정부에 마스크를 납품하기로 했던 중국 업체는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중국 피해 업체 사장 : 정부 관련 부서가 관련돼 있어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해결하지 못하면 (담당자가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중국 업체의 고발로 6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경찰은 업체 대표 박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유수환 기자>

한국과 미국, 중국, 멕시코까지 이런 국제적인 사기극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업체 대표 박 씨를 추적해봤습니다.

홍보 유튜브를 보면 박 씨의 과거 방송 출연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습니다.

[(최연소 그룹총수의 인맥 대 공개….) 다들 오해하세요. 왜 이렇게 인맥이 빵빵하느냐고….]

성공한 젊은 여성 자산가라며 자신의 책과 각종 강연 영상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려한 수상 실적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지난해 12월 '올해를 빛낸 브랜드 대상', 지난해 7월 '대한민국 고객만족 브랜드 대상', 지난해 6월 '고객만족지수 1위 상'까지 연달아 각종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돈을 줘야 받을 수 있는 상이었습니다.

[수상 주관사 관계자 : 150만 원이고요. 트로피랑 상장이랑 받아가시면 되고, 온라인 기사 송출해 드리고….]

특히 국회에서 받은 수상 실적은 박 씨에 대한 신뢰를 크게 높였다는데 이 행사를 주최한 의원실에서는 누가 받는지도 모르고 줬다고 말합니다.

[국회 산자위원장실 관계자 : 이전에 상 받은 것을 확인하고 드리거든요. 2018년에 전임 산자위원장 이름으로 상이 발급된 적이 있어서….]

몇몇 언론 기사에서는 해당 업체가 지난해 상반기 마스크 거래량 100억 개 초과, 매출이 2조 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업체가 취급한다고 주장한 3M의 N95 마스크는 연간 생산량이 25억 장에 불과합니다.

허황된 업체의 주장이 그대로 기사에 실린 것입니다.

[미국 무역업체 바이어 : 한국 언론이 사진도 근사하게 찍어주고, 상도 좋은 것을 주고 어마어마한 세리모니도 했는데…. 이 모든 것들에 농락당한 겁니다.]

박 씨는 여전히 개인 SNS에 대통령과 합성한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내걸고 홍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해외 피해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이찬수, 영상편집 : 소지혜·이소영, CG : 손호석)
 
※ 이학영 국회 산자위원장실에서는 "상장을 준 주체는 맞지만, 행사를 '주최'한 것은 아니다", "상장이 전달된 업체명은 알고 있었지만, 선정 기준 등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알려왔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