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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부른 '주4일제'…생산성 향상 vs 시기상조

<앵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근무시간을 줄이는 회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일주일에 나흘을 일하고, 사흘을 쉬는 회사도 있습니다. 보궐선거 앞두고 정치권에서 주4일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지금도 일주일에 이틀을 다 제대로 못 쉬는데 주4일제는 남의 이야기 같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문제, 안서현 기자가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금요일 낮 1시. 직원들이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10분도 안 돼 사무실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300여 명이 근무하는 이 광고 플랫폼회사는 매주 금요일 낮에 퇴근합니다.

주4.5일 근무입니다.

[김햇빛 과장 (주4.5일 근무) : 금요일에 주로 평일에 못했던 밀린 은행 업무라든가 병원을 주로 가고 있고요. 금·토·일에는 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캠핑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이 교육 관련 회사는 주4일만 근무합니다.

그것도 일주일에 하루, 원하는 날 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일에도 곳곳에 빈자리가 보입니다.

주4일 근무 회사

회사 측은 주4일제 도입 이후 업무 성과와 직원 만족도가 모두 좋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성준 매니저 (주4일 근무) : (가장 좋은 점은) 월요병이 없다? 사실 하루 더 쉬는 거잖아요. 그래서 업무할 때는 다른 생각 안 하고 정말 열심히 하고 몰두해서 하고 있어요.]

주4일 근무는 코로나 때문에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부터 자유로운 출·퇴근시간 조정 근무같은 다양한 근무로도 별 문제 없이 업무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외려 최근에는 업무 성과가 더 좋아진다는 통계까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는 주4일 근무 뒤 생산성이 4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한 대학 연구 결과를 보면 주4일 근무를 채택한 기업들이 매년 매출 기준 2%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고용주의 64%가 업무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습니다.

이제는 더 오래, 더 길게 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노동시간은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형편없는 우리로서는 눈길이 가는 대목입니다.

물론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3년 전 도입된 주52시간 근무부터 자리 잡은 뒤에 고민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시 근로자 10명 중 1명은 주6일 근무를 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박지순 교수/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 :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아직도 주40시간은 커녕 주 52시간도 지금 상당히 어렵게 지켜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근로시간 휴식의 차원에서도 빈부격차 내지 양극화 이런 것들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겠죠.]

또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급여를 깎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도 문제입니다.

주4일 근무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통계의 상당수가 급여가 삭감되지 않은 경우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 세상,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업무 평가 기준과 임금체계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주4일제 역시 그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제 막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만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소득 감소나 노동 양극화를 미리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정교한 준비가 시작되어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김준희,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작가 : 김유미·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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