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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시 따라 위험한 질주…2020 전태일들의 사정

<앵커>

고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노동계는 이른바 '전태일 3법' 입법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제(10일) 보도한 것처럼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일부를 적용하지 않게 한 근로기준법 11조를 개정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법 2조를 바꾸고, 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세 가지입니다. 그 가운데 이번에는 노조법 2조의 제약으로 정당한 노동권 행사가 어려운 배달라이더, 택배기사들의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3년 차 배달 노동자 홍현덕 씨의 점심 배달 시간.

스마트폰 앱을 열자마자 호출 목록이 뜹니다.

[홍현덕/배달 노동자 : 저한테 제일 가까운 게 2.4km 밖에 있는 거. 지금 또 바뀌죠.]

올해 초 회사는 배달 노동자의 안전과 배차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인공지능이 배달 노동자를 선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동선과 맞지 않거나 예상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없는 곳을 배정하는 일이 오히려 늘었다고 합니다.

[홍현덕/배달 노동자 : (어디서부터 어디로 가세요?) 화곡동에서 신월동. 9분 만에 못 가요.]

그러다 보니 무리하게 주행하기 일쑤고 안전은 더 멀어졌습니다.

특히 AI 배차는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노동자성을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홍현덕/배달 노동자 : AI가 저보고 가라고 호출을 넣잖아요. 이건 업무 지시거든요. 그러면서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플랫폼 회사의 입장이니까.]

노조법 2조의 협소한 '근로자' 정의 탓에 여전히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은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일부 택배회사가 야간 배송 금지를 선언했지만, 택배 노동자를 실제 고용하는 대리점에서는 "신고만 안 하면 된다", "밤 9시 30분에 배송 완료된 걸로 처리하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청, 즉 택배회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한 관계여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한진택배 소속 기사 :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회사가 분류 인력 투입) 1천 명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아무 얘기도 없고.]

[정병욱/과로사대책위 변호사 : 실질적인 지휘 감독 관계에 있다고 한다면 사용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을 위해 노조법 2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지만, 국회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김준희, CG : 방명환·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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