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신호등이 고장 난 교차로에서 비상등까지 켜고 천천히 지나간 차량을 경찰이 신호위반으로 단속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신호등 고장을 알고도 단속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커지자 해당 경찰서가 사과했습니다.
임태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충북 음성군의 한 교차로. 신호등 빨간 불에 맞춰 차가 멈춰 섭니다.
행인이 건널목을 건너고 잠시 후 신호등에 불이 갑자기 꺼집니다.
보행자 신호등도 먹통이 됐습니다.
잠시 기다리던 운전자는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교차로를 지납니다.
그런데, 다음 교차로에서 기다렸다는 듯 등장한 경찰, 신호 위반이라며 단속합니다.
신호등 고장을 설명해도 이미 알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운전자 : 신호등이 꺼졌어요.]
[경찰 : 아, 빨간불만 안 들어오고 녹색불은 들어와요.]
그럼 어떡하느냐고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경찰 : 신호등이 세 개 있으니까 저기 세 개를 보고 오셨어야지. 근데, 이게 하나(고장 신호등)가 안 들어오는 걸 알고 있어요.]
고장 신호등 대신 보라고 했던 건 바로 경찰이 서 있던 교차로 신호등으로, 고장 지점에서 240미터나 떨어진 다음 교차로의 신호등을 봐야 했었다는 겁니다
[한문철/변호사 : 신호등이 고장 난 걸 알고 있었다면 고장 신호등이 있는 그 교차로에서 교통정리를 했었어야지, 그다음 교차로에서 운전자를 단속한다는 건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자 충북 음성경찰서 홈페이지에는 수백 개의 비난글이 올라왔습니다.
결국 잘못을 시인한 경찰서는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고 단속 경찰에 대한 감찰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