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따뜻한 겨울 탓에 영농철이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배 농사짓는 농민의 입에서는 한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서쌍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남양주시에서 배 농사를 하는 고광덕 씨는 요즘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쁩니다.
살짝 꽃샘추위가 밀려왔지만 가지치기, 꽃순 자르기, 퇴비 넣기까지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돌아서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립니다.
따뜻한 겨울로 인해 개화 시기가 빨라질 거라는 예상에 마음도 그만큼 바빠졌습니다.
[고광덕/배 재배 농민 : 개화 시기가 자꾸만 당겨지는 거죠. 작년에는 4월 19일에 만개됐는데, 올해는 더 빨라지지 않을까 그런 상황이에요.]
그렇다고 외부 일꾼을 고용하기도 내키지 않습니다.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렵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떨칠 수 없습니다.
온갖 농사일을 혼자 할 수밖에 없는데 올봄에는 힘든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작년에 수확한 배가 아직도 그대로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배 보관 창고에는 최상품의 배 150여 상자가 그대로 남았습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예닐곱 배나 많은 양입니다.
[고광덕/배 재배 농민 : 경기침체도 있고 코로나 이런 것도 있어서 그런 영향으로 판매가 저조해서 많이 남아있는 상태죠.]
고 씨보다 더 큰 농장을 갖고 있는 다른 농장주는 훨씬 더 많은 배가 남아 걱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가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설 연휴 이후 코로나 사태로 극심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판로가 끊겼기 때문입니다.
학교 급식용이나 봄철 축제에 납품하려던 계획도 미뤄지거나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 전반에 시름이 깊지만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