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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 뺏은 기초연금…국회는 극빈 노인을 외면했다

<앵커>

지난해 정치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걸 보며 답답한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정치인들에게는 권력 투쟁일지 몰라도 이런 갈등은 실제 국민의 일상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할아버지의 사례를 통해서 이세영, 이경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이세영 기자>

어둡고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이상준 할아버지의 3제곱미터 쪽방이 나옵니다.

안에서도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춥습니다.

"병을 달고 산다"는 할아버지는 병원비만으로도 생활이 힘듭니다.

[이상준/기초생활수급자 : 항상 적자죠. 그냥 빠듯하게 겨우겨우 연명하는 거야.]

원래는 생계 급여 51만 원, 기초연금 30만 원 합쳐서 81만 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초연금이 소득에 포함되면서 그만큼 생계 급여가 깎였습니다.

'줬다 뺏는다'는 비난을 받았던 그 기초연금입니다.

[이상준/기초생활수급자 : 쉬운 이야기로 죽지 못해 산다, 그거죠 뭐. 죽지 못해 사는 거예요.]

아무리 원칙이 중요해도 줬다 뺏는 건 가혹하다, 이상준 할아버지 같은 분들에게 10만 원이라도 더 쥐여 주자 국회에서 계속 반복됐던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예산,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경원 기자>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 심사 기간,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총 3천7백억 원을 편성해 1명당 10만 원씩 더 주기로 합의합니다.

원래 정부 예산안에서는 재원 부족하다며 예산을 잡지 않았던 건데 여야가 이견 없이 합의했던 겁니다.

드디어 올해부터 지급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야가 다른 예산 때문에 파행을 거듭했고 복지부 예산 합의에 실패합니다.

결국 10만 원 예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던 원래 정부 예산안이 다음 단계인 예산 결산위로 넘어갑니다.

하지만 예결위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린 10만 원 추가 지급 안은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본회의에는 올라가지도 못한 채 처리는 불발됐습니다.

여야가 합의까지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이세영 기자>

'동물 국회'의 부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2019년 국회 협치는 사라졌고 민생은 뒷전이었습니다.

극렬한 정치 갈등 속 그 기회비용은 소외된 이웃의 삶이었습니다.

복지의 온정으로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었던 이상준 할아버지.

결국 달라진 것 없이 2020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상준/기초생활수급자 : 내 욕심만 채우면 안 되니까. 급한 대로 한 10만 원만 올려줘도 감사하게 잘 쓰겠는데….]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채철호, CG : 송경혜·방명환, VJ : 정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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