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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정상' 상태에서 홀로 수리…올해만 10명 참변

<앵커>

승강기를 고치거나 관련된 작업을 하다 숨진 사람이 올해에만 10명입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뭔지 저희가 살펴보니까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민경호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아파트 지하 1층 승강기 통로 바닥에서 흠집 방지용 비닐을 제거하던 A 씨가 위에서 갑자기 내려온 승강기에 깔려 숨졌습니다.

정부 조사 결과 승강기 상태를 '점검'으로 바꿔 작동을 멈춰야 하는데 '정상'으로 둔 채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누군가 다른 층에서 승강기를 호출하는 바람에 승강기가 움직이면서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아파트 관계자 : 사고라든가 전혀 그런 것을 감지를 못했죠, 아주 능수능란하게 다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왔다면 혹시 그런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25일 광주광역시의 한 상가 건물에서 승강기를 밟고 서서 통로 천장에 화재감지기를 달던 62살 B 씨, 갑자기 승강기가 1층으로 내려가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져 벽과 승강기 사이에 끼여 숨졌습니다.

지난 7월 27살 C 씨도 역시 승강기 수리 중 변을 당했는데 모두 점검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승강기 수리를 할 때에는 작업 지휘자를 정해 두 명 이상이 함께 작업해야 하는데 세 사고 모두 혼자 작업을 하다 일어났습니다.

사망 사고 8건 가운데 안전장치가 미흡한 경우도 7건이나 됐습니다.

안전 장비를 제대로 조이지 못하는 나사못을 썼거나, 정식 장비 대신 캠핑 장비를 쓰는 바람에 노동자가 올라섰던 받침대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특히 사망자 10명 중 3명은 대형 승강기 업체의 협력사 직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승강기 보수관리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업무를 나누는 공동도급 형태지만 사실상의 원, 하청 구조로 운영돼온 사실이 행정안전부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황수철/한국승강기학회 회장 : 대기업이 자사의 인건비보다는 적게 산정해서 주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싼 인건비로 좀 비전문, 제대로 진짜 교육이나 안전교육이나 이런 것들이 확실히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을 (현장에 투입하게 됩니다.]

잇단 승강기 안전사고를 노동자 개인의 안전불감증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또 다른 '위험의 외주화'는 아닌지 정밀한 조사와 철저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3D CG : 정현정, VJ : 김종갑, 자료제공 :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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