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주차는커녕 접촉 사고 유발…위험한 호텔 장애인 구역

<앵커>

중증장애인 딸을 태우고 서울의 한 호텔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려던 한 아버지가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이 아버지는 본인 운전이 서툴러서가 아니라 휠체어를 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장애인 주차구역이 비좁고 위험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정다은 기자가 제보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증장애를 가진 12살짜리 딸의 병원 진료를 위해 홍 모 씨는 지난 9월 서울을 찾았습니다.

이동이 불편한 딸을 고려해 병원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습니다.

호텔 내 장애인 주차구역을 찾았는데,

[홍 모 씨/중증장애아 아버지 : (장애인 주차 구역) 선이 이상하게 그어져 있어서 도저히 주차할 수 없었고요. 심지어는 바로 앞에 폐지 수거함까지 놓여 있어서.]

여러 차례 차를 옮기며 주차를 시도했지만 바로 앞 폐지 수거함과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차는 댔지만 다음이 더 문제였습니다.

[홍 모 씨/중증장애아 아버지 : 장애인 특성상 문이 완전히 열려야 하는데 문을 열 수가 없어서. 트렁크에서 휠체어도 도저히 내릴 수가 없는 상태.]

호텔 측에 항의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합니다.

장애인 주차 구역은 주차장법에 따라 가로 3.3m, 세로 5m 이상의 크기로 설치해야 합니다. 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해서 휠체어에 타고 내릴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호텔을 찾아가 살펴봤습니다.

주차 구역 뒤와 한쪽 면은 벽으로 막힌 데다, 앞은 기둥으로 일부가 가려져 있습니다.

측정해봤더니, 가로 2m에 세로 6m.

[(이렇게 들어가시면 운전자가 내릴 수가 없어요.) 아, 저쪽에 문 안 열려요?]

주차를 시도했지만 해당 구역 안에 차를 대기는 힘들었습니다.

현행법상 불가피할 경우 가로 2m, 세로 6m의 평행 주차 구역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휠체어 통행을 위한 1.2m의 추가 구역을 덧붙여야 합니다.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이 호텔의 경우 해당 조항이 생기기 한 달여 전에 문을 열어 적용을 받지 않는 겁니다.

[서인환/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 (법으로) 만들라고 하니 만들지만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우면 장애인 오지 말라는 소리와 같은 거예요.]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따로 마련되는 주차 공간인 만큼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