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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 열려도 두렵다"…'임세원법' 무색한 의료 현장

<앵커>

자신이 치료해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한 의사가 크게 다친 일이 지난주에도 있었습니다. 원하는 대로 진단서를 써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진료실 문이 열리기만 해도 두렵다는 피해 의사를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환자가 휘두른 칼에 왼쪽 엄지가 잘려 나간 순간, 손가락 접합 수술을 수도 없이 해온 정형외과 의사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당황했습니다.

[피해 의사 :  제가 손이 잘린 지도 몰랐습니다. 밑을 봤더니 이미 손이 덜렁거린 상태였기 때문에 너무 어이가, 정신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미세 접합 수술 후 회복 중인데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피해 의사 : 여전히 문이 열릴 때 심계항진,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습니다.]

끔찍한 광경은 기다리던 환자들에게도 노출됐습니다.

[피해 의사 :  진료하고 있던 도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이 피를 흘리는 손을 붙잡고 있었던 건 다른 환자도 보셨죠.]

가해자는 자신이 5년 전 수술해줬던 환자, 장애진단서를 원하는 대로 써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피해 의사 : 보건복지부 장애인 6급에도 해당하지가 않습니다. 그거(장애진단서)는 써줄 수가 없었습니다.]

2017년 경찰에 신고된 병원 폭력 사건은 1,541건, 지하철이나 PC방보다 4~5배 많습니다.

병원 폭력 가해자의 90%는 환자 본인이거나 보호자인데 장애진단서나 보험회사 제출용 진단서와 관련된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봉근/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 (진단서를) 규정에 맞게 써주려고 하다 보면 환자하고 실랑이를 많이 벌이게 돼요. 그건 굉장히 흔한 일이에요. 곪은 게 터진 거로 생각합니다.]

프랑스와 미국 등은 장애등급이나 보험금 수령과 관련된 진단서의 경우 별도의 감정 의사가 발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윤성/서울의대 법의학과 명예교수 : 온정적이고 환자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진료하는 의사는 진료에 전념할 수 있고, 감정하는 의사는 객관적인 장애를 판정할 수 있게 됩니다.]

병원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고 임세원법' 이후에도 의료 현장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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