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터뷰] CM송 거장 김도향이 전하는 '노인으로 산다는 것'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김도향 가수
--------------------------------------------

▷ 주영진/앵커: 김도향 씨, 김도향 선생님이 이 자리에 나오셨는데 여러분들은 혹시 김도향 씨를 어떤 분으로 기억을 하십니까? 저는 바보처럼 살았군요. 정말 제가 좋아하는 노래인데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르신 가수로 기억을 하는데 또 어떤 분들은 아마도 그 유명한 CM송의 대부다. 한국 CM송의 대부다 이렇게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도향 씨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찾아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도향/가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주영진/앵커: 반갑습니다. 제가 원래 오늘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14년 만에 새 앨범을 내신다고 했는데.

▶ 김도향/가수: 네, 냈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앨범이 실버 세대들을 위한 노래다.

▶ 김도향/가수: 곧 다가올 실버 1천만 세대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가 자칫 그 젊었을 때의 욕망을 그대로 갖고 그 나이까지 가게 되면 잘못하면 지옥 속에 살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거를 좀 벗는 방법들을 제 생각대로 조금씩 나눠드리려고 음반을 만들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얼마 전에 연합뉴스 인터뷰한 내용을 제가 봤는데 실버세대가 죽음만 기다리면 지옥이다.

▶ 김도향/가수: 지옥이죠. 그런데 그게 요즘 요양원이나 이런 데 실버 세대들을 보니까 거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 뭔가 다른 꿈을 꾸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꿈도 꾸고 그 순간이라도 희망 있게 살아야지 그냥 죽음만 기다린다는 거는 너무 삭막하죠. 그리고 그게 또 지옥이고요, 본인한테는. 그런데 그렇게 많은 분들이 지옥에 갈까 봐 걱정이 돼서. 제가 생각하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노래로 다 만들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이미 그 14년 만에 만들어진 앨범은 지금 출시가 된 겁니까?

▶ 김도향/가수: 출시가 됐습니다. 며칠 됐습니다.

▷ 주영진/앵커: 요즘에는 예전에 처음 데뷔하실 때랑 음반 시장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습니까?

▶ 김도향/가수: 많이 바뀌었어요. 바뀌었어도 음악은 갈 데가 그 길밖에 없죠. 물론 CD라든지 이런 특히 이제 실버 세대들은 음원을 사야 하는데 음원을 살 능력들이 거의 보니까 결핍이더라고요.

▷ 주영진/앵커: 이 스마트폰 통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 김도향/가수: 그렇죠. 저도 배워서 친구들한테 가르쳐주다가 다 잊어버렸어요. 그게 복잡하더라고요, 생각보다. 그러니까 기계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이 드신 분들이. 그래서 오히려 자제분들이 이렇게 도와주고 그래야 될 것 같은 생각입니다.

▷ 주영진/앵커: 또 올해 대중문화 트렌드 중 하나가 뉴트로라고 해서 다시 새로운 복고 그러니까 LP 바도 다시 많이 만들어지고 그러니까 음반, LP 판도 만들고 CD도 만드시고.

▶ 김도향/가수: 다 만들고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노래 제목, 대표곡의 제목은 어떤 겁니까?

▶ 김도향/가수: 쓸쓸해서 행복하다.

▷ 주영진/앵커: 쓸쓸해서 행복하다.

▶ 김도향/가수: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쓸쓸하다는 것은 낮고 외롭고 슬프고 그래서 우울증으로 가는 것만 착각하고 그러는데 사실은 그 쓸쓸하고 눈물이 좀 나고 그런 순간들이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져요. 어쩌면 우리가 찾고 있는 행복이 거기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히려 꿈이 있고 욕심이 많을 때는 마음이 복잡해져서 어쩌면 그게 안 이루어지면 고통일 수도 있는데 쓸쓸할 때는 바랄 게 없잖아요. 그래서 편안해지고 고요해질 때 거기가 바로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라는 설명이죠. 예를 들면 우리가 노을을 보고 나이 드신 분들은.

▷ 주영진/앵커: 노을.

▶ 김도향/가수: 아, 내가 떨어져 죽는구나. 서산마루에 툭 떨어지는 해를 보고 가슴이 덜컹 한다고요, 죽는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데 그게 아니고 그 순간도 살아서 그 아름다운 광경을 즐기고 있다는 그게 더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그 순간이 그냥 행복인 순간인데도 그거를 미리 걱정하면서 어려움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김도향
▷ 주영진/앵커: 기타를 혹시 가지고 나오셨는데 지금 말씀하신 그 노래 일부분만 들어볼 수 있을까요? 쓸쓸해서 행복하다. 제가 이게 미리 말씀을 안 드려서.

▶ 김도향/가수: 노래할 수는 있습니다. 갑자기 지금 이 노래 감정을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 주영진/앵커: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그 가사, 그 부분.

▶ 김도향/가수: (노래) 기다리다 난 다 늙어버렸어 기다리다 난 다 놓쳐버렸어 꿈만 꾸다 난 다 지나버렸어 푸르던 꿈의 시간

▶ 김도향/가수: 뭐 이런 스타일의 노래입니다.

▷ 주영진/앵커: 감사합니다. 기타를 잡으셨는데 그 기다리다 난 다 놓쳐버렸어라고 하는 가사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러나 쓸쓸해서 행복하다.

▶ 김도향/가수: 그렇죠.

▷ 주영진/앵커: 지는 저녁 노을을 보면서 아름답다. 지금도 내가 살아서 저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고 있지 않느냐.

▶ 김도향/가수: 그럼요.

▷ 주영진/앵커: 내가 죽어가는구나 이런 생각하지 말고.

▶ 김도향/가수: 더군다나 얼마 전에 그 전남대학교 교수님께서 연구를 한 것이 있습니다. 발표를 하셨는데 그 내용이 젊은 세포와 늙은 세포에 대해서 엄청난 자극을 줬더니 젊은 세포가 훨씬 일찍 죽어버리더라는 거죠. 그런데 늙은 세포는 오히려 질기게 버텨내고 있더라 이거죠.

그러니까 늙었다는 것은 사실 병이 아니고 오히려 행동이나 이런 게 느려짐으로 더 천천히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거죠. 그런데 늙었다는 게 마치 병처럼 느껴지고 죽음으로 느껴지는 그런 게 저는 조금 안타까운 거죠. 과학적으로도 요즘 증명하고 있죠, 그 문제는.

▷ 주영진/앵커: 그 마음이, 그 생각이 14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만들고 우리 김도향 씨와 같은 또래 실버 세대들이 더 또 다른 행복을 우리가 지금이라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나이다 그런 이야기를 세상에 하고 싶었다는 말씀이시죠.

▶ 김도향/가수: 그렇죠.

▷ 주영진/앵커: 김도향 씨 나오셨는데 사실은 저희 준비한 영상 좀 잠깐 보면서 이거 다 아시는 노래인데 말이죠. 보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맛동산이라고 하는 광고인데요. 저 화면이 생각이 납니다. 어린 시절 어깨동무의 고인돌이라는 만화.

▶ 김도향/가수: 맞습니다.

▷ 주영진/앵커: 저게 거의 초창기 아니십니까, CM송?

▶ 김도향/가수: 그렇죠. 저게 46년 전에 만든 CM송입니다, 처음에 만든. 투 코리언스 가수로 하고 있을 때.

▷ 주영진/앵커: 데뷔 하실 때가 투 코리언스 아닙니까?

▶ 김도향/가수: 네, 투 코리언스를 한 2, 3년 할 때 누가 주문을 해서 만들었는데.

▷ 주영진/앵커: 그때는 왜 그룹명을 다 영어로 지었습니까? 한국인 2명이네요, 투 코리언스.

▶ 김도향/가수: 그래서 그 당시에 정부에서 영어 쓰지 말라고 해서 두 한국인. 그런데 그게 좀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도향과 장철 이렇게 바뀌기도 했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사랑해요, 사랑해요. 지금 마지막에 기업 광고가 하나 나왔던 것 같은데 저는 기억나는 광고하면 혹시 오란씨가 요즘도 나오나요? 오란씨요.

▶ 김도향/가수: 오란씨도 있었죠. 그거는 윤영주 씨하고 같이 만들었을 때요.

▷ 주영진/앵커: 같이요. 그 노래 저 참 좋아했습니다.

▶ 김도향/가수: 그러세요?

▷ 주영진/앵커: 그런데 그 당시에 CM송을 거의 사람들이 가요처럼 받아들였던 느낌이 있어요.

▶ 김도향/가수: 어쩌면 가요보다 더 재미있었죠. 왜냐하면 지루하지 않게 짧아요. 악센트만 주고 사라지니까 무슨 사설이 없는 그러니까 어쩌면 그 당시의 어느 사회적인 여건에서는 그냥 조금만 삭 하고 사라지니까 시원할 수도 있었죠.

▷ 주영진/앵커: 그렇죠.

▶ 김도향/가수: 그래서 아기들이 막 그 자극을 굉장히 심하게 드린 것 같아서 제가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죠.

▷ 주영진/앵커: 오히려. 혹시 기억나는 CM송 저희가 아까 잠깐 봤습니다만.

▶ 김도향/가수: (노래)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가씨 그윽한 그 향기는 뭔가요 아~ 아~ 아~ 아까 씹던 껌 이상하게 생겼네 롯O 스크류바 맛이 좋은 얼음 꽈배기 롯O 스크류바

▶ 김도향/가수: 이런 것도 있었고요.

▶ 김도향/가수: (노래) 우리 집 강아지 뽀뽀 우리 집 화장지 뽀뽀 언제나 우리 집에는 뽀뽀 뽀뽀뽀뽀, 뽀뽀뽀뽀, 뽀뽀뽀뽀

▶ 김도향/가수: 거기에 추임새를 넣으셔야 해요.

▷ 주영진/앵커: 어떻게요?

▶ 김도향/가수: 왈왈.

▷ 주영진/앵커: 왈왈. 그 아까 씹던 껌이라고 이름을 바꾸셨던 CM송은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좋아했어요. 약간의 연가 비슷한 느낌이어서.

▶ 김도향/가수: 그 당시에 조금 그런 스타일이 나오니까 상당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 주영진/앵커: 색달랐던 거죠.

▶ 김도향/가수: 그것도 거의 40년 됐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것도 40년 됐습니까?

▶ 김도향/가수: 비교적 수명이 길게 한 30년 이상 버틴 CM송이 많아요.

▷ 주영진/앵커: 40년 이상.

▶ 김도향/가수: 30년 이상이죠.
김도향
▷ 주영진/앵커: 저는 우리 김도향 씨 하면 제가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장면은 벽오동 심은 뜻이라고 하는 그 노래가 전통을 살렸으면서도 대단히 시대를 앞서 갔던 노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조금 들어요.

▶ 김도향/가수: 그런 생각보다도 일단 그 당시 포크송이 민요거든요, 포크송이라는 게. 그런데 이제 밥 딜런이나 조안 바에즈가 노래한 것을 보면 우리가 포크송이라고 받아들이더라고요. 이게 진짜 포크야 그러고 굿거리장단을 만든 거죠.

▷ 주영진/앵커: 이게 우리 대한민국의 진짜 포크송이야.

▶ 김도향/가수: 그런데 그 와르르 같은 게 너무 대차게 나와서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랐던 음악입니다.

▷ 주영진/앵커: 뚜뚜뚜 막 이렇게.

▶ 김도향/가수: 네, 소리가 커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아마 1970년대니까 좀 우울했던 답답했던 마음이 우리가 시원하게 터뜨려줘서 시원해진 것 같습니다.

▷ 주영진/앵커: 1970년대, 1980년대 시대가 우울했을 때 대중들에게 위안을 줬던.

▶ 김도향/가수: 그랬던 것 같아요. 대리 아주 시원한 속 시원한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 주영진/앵커: 직설적으로 거리에 나서서 반정부 투쟁을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가수로서 참 직접적으로는 비판할 수는 없지만.

▶ 김도향/가수: 그렇죠.

▷ 주영진/앵커: 뭔가 시대의 숨통을 트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 김도향/가수: 그것은 뭐 똑같은 심정이죠. 그래서 하여튼 자세히 생각은 못했지만 하여튼 그렇게 운 좋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지금도 거의 50년 됐네요.

▷ 주영진/앵커: 김도향 씨는 TV에 나올 때마다 많은 분들이 저분은 어디 산에 가서 도를 닦고 오셨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참 많을 것 같은데 진짜로 그런 시간도 있었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 김도향/가수: 무슨 도를 닦았다는 표현은 저한테는 안 맞고요. 제가 이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 조용한 데를 자꾸 찾게 되죠. 도심 속에서는 가족도 있고 또 자동차 소리도 있고 사무실은 너무 시끄럽고 그러니까 일부러 이제 산속이나 이런 데, 아무도 없는 데 가서 이렇게 고요하게 명상하고 이런 거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죠.

▷ 주영진/앵커: 산다는 게 아까 처음 나오셨을 때 실버 세대들에게 전하고자 싶은 메시지가 있었는데 이제 74살이 되셨고 가요계 활동도 50년 하셨고 돌이켜보면 물론 앞도 앞으로도 내다봐야겠습니다만 돌이켜본다는 게 산다는 게 또 지금 현재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사회 참 많은 일들이 있고 그런데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 김도향/가수: 그 산다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을 안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약간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통스러운 것도 다 뭐랄까 편안하고 즐겁게 기억되지 않습니까? 그게 원리인 것 같아요. 살면서 미워했던 것도 나이 먹으면서 다 잊어버리고 사랑으로 바뀌고 그게 어느 영적인 성장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김도향 선생님 나오신다고 해서 제가 미리 어렵사리 부탁을 드려놨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바보처럼 살았군요 저희가 생방송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은 오늘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노래 듣고 정말 바보처럼 살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하겠습니다.

▶ 김도향/가수: (노래) 어느 날 나는 낙엽 지는 소리에 갑자기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그냥 덧없이 흘러버린 그런 세월을 느낀 거죠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살아버린 내 인생을 우~ 우~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흘려버린 세월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까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난 참 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오~ 우~ 우~ 우~ 우~ 우~

▷ 주영진/앵커: 고맙습니다.

▶ 김도향/가수: 감사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