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혐오'가 난무한 세상…'따듯함'을 말하는 박철화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박철화 문학평론가
---------------------------------------------

▷ 주영진/앵커: 조금 전 영상에도 나왔습니다만 저도 책을 갖고 있습니다. 따듯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말. 문학이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쓰신 저자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다. 박철화 문학평론가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박철화/문학평론가: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의 고정 패널로 한 1년 동안 또 매주 나오셨는데 아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 박철화/문학평론가: 오랜만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 주영진/앵커: 이 책이 김현 교수님. 대한민국 문학평론의 1세대신가요? 이분을 추억하는 글입니까?

▶ 박철화/문학평론가: 굳이 하면 한 2세대 정도다. 특히 이제 대표적으로 4·19세대라고 그래서 우리 한글로 교육받고 한글로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한 첫 번째 세대라고 하는 분들이죠. 그래서 그분들이 60년대에, 말하자면 우리 한국 문학을 새롭게 발굴하고 가치를 부여하면서 지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한국 문학을 풍요롭게 만들어 오신 그런 분들입니다.

▷ 주영진/앵커: 김현 교수님은 지금 세상에 안 계신데 말이죠. 세상을 떠나셨는데 어떤 분입니까?

▶ 박철화/문학평론가: 제가 제목에도 이제 따뜻하게가 아니고 따듯하게라고 쓴 것 때문에 때때로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되게 정말 따뜻한 분이셨어요. 일례를 들어서 당신 연구실에 누가 심부름을 오면 아주 나이 어린 사람 혹은 정말 그때 과사무실에 그 심부름을 하는 여고생들 같은 경우도 있는데 그런 학생들에게도 절대 하대하는 법이 없고 그리고 누군가 다녀가면 멀리서 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꼭 지켜보시고 학생들에게도 늘 존대 쓰시고 그다음에 학생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분. 단순히 듣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대화를 이끌어내시는 그런 분이어서 제가 사실은 말을 부드럽게 쓰고 싶어서 따듯하다고 썼습니다.

▷ 주영진/앵커: 제가 법학을 전공했음에도 김현 교수님의 이름은 제가 알고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그 시절 1980년대 중반부, 후반부에는 대한민국 문학계, 특히 평론계에서는 아주 큰 인물이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맞습니까?

▶ 박철화/문학평론가: 그러시죠. 60년대부터 활동을 하셔서 70년대, 80년대에 아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셨는데요. 워낙 전공은 프랑스 문학입니다. 프랑스 문학이었지만 한국 문학에 대해서 저술을 남기고 비평 활동을 하면서 우리 문학이 좀 더 풍요로워지기 위해서 어떤 외국 문학의 다양한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그런 고민을 갖고 글을 쓰셨기 때문에 단순히 프랑스 문학 혹은 한국 문학에 갇히지 않고 그걸 훨씬 넘어서 사회학을 하시는 분들이라든가 정치학을 하시는 분들이라든가 지금 말씀하신 우리 앵커분처럼 다른 전공의 사람들도 그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만한 그런 분이셨죠.

▷ 주영진/앵커: 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셨습니까? 김현 교수님의 제자는 더 많이 있었을 텐데 왜 박철화 문학평론가가 그 역할을 자임했을까.

▶ 박철화/문학평론가: 공교롭게도 제가 사실은 48살에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제자였어요. 제가 막 대학을 졸업하던 무렵에 선생님 덕에 글을 쓰는 평론가가 되었고 그때 막 아프시기 시작했는데 제가 이제 제일 어리고 또 시간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실 선생님을 좀 모시고 다니는, 아픈 동안. 그런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모시고 다니면서 그분께 짧지만 정말 평생 귀에 새길 만한 이야기들을 들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건 저 혼자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겠다 그 생각을 늘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글은 25주기, 지금부터 한 3년쯤 전에 제가 혼자서 선생님의 25주기를 기념하고자 기록으로 남겼던 것이고 이번에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에 가장 깊고 다양하며 섬세한 변주 양식이 문학이다. 이게 박철화 교수님의 생각이고 말입니까? 아니면 김현 교수님의 말이고 생각인 겁니까?

▶ 박철화/문학평론가: 말은 제가 한 말인데 선생님의 문학 세계를 그 분이 가진 어떤 말에 대한 자세 같은 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해서 제가 고른 말입니다. 왜 이 말씀을 드리냐 하면 선생님 젊어서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책 중에 하나가 독일, 유태계 독일인인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라는 것인데 그 이후로도 제가 보기에는 사실은 말은 나와 상대가 주고받는 대화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순간순간 사실은 내가 주장하고 화를 내고 비난하고 이런 독백에 빠져들잖아요.

그래서 선생님의 문학은 사실은 늘 네가 있다는 거. 그래서 너와 내가 주고받는 대화라는 것. 그 대화를 통해서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또 다른 무리로 더 성숙하게 변모해가는 것이라는 걸 직접 보여주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 말하자면 문학이라는 것이 물론 다른 분야의 언어도 많죠. 정치적 언어도 있고 그런데 문학이라는 것은 바로 그 나와 너 사이에서 주고받으면서 말이 가진 가능성을 가장 폭넓게, 풍요롭게 사용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오랜만에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아까 말씀드렸던 문학이란 나는 너를 사랑한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따듯한 사랑의 말. 이런 표현들이 모처럼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지금 시대가 조금 전에 아주 표현을 잘해주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독백을 하고 있다, 자기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우리 세상이 박철화 교수님 책을 보면서 나와 너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진정한 대화의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그런 부분을 세상에 말씀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 박철화/문학평론가: 그런데 뭐 이제 글을 써두고 3년째인데요. 사실은 늘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점에서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말은 우리가 쓰지만 내 소유가 아니거든요. 우리가 모두가 다 나눠 쓰는 것인데. 그리고 말은 사실은 마치 씨앗이 자라서 큰 나무가 될 수 있듯이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말이 가진 최대의 가능성, 그 마치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세상을 만들듯이 말도 말과 말이 만나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풍경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이런 시대야말로 그런 말의 가치, 나누는 가치, 어떤 새롭게 바뀌는 가치, 그다음에 나만이 아니고 너만도 아니고 우리가 모두가 다 주고받는 과정에서 훨씬 더 순수하고 풍요롭고 따뜻하게 이어지는 그런 가치를 조금은 말해 보고 싶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김현 교수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노래가 김창완 씨의 청춘이라고 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맞습니까?

▶ 박철화/문학평론가: 네. 그 노래를 40대 때에 술을 드시고 좀 취흥이 오르시면 많이 부르셨습니다.

▷ 주영진/앵커: 상당히 좀 슬픈 멜로디고.

▶ 박철화/문학평론가: 좀 그렇죠. 저도 돌아가셨을 때 그 노래를 떠올리면서 혹시 당신의 좀 이른 죽음을 예감하시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오늘 박철화 문학평론가님 모시고 말씀을 들었는데 제 가슴이 따뜻해졌던 것 같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철화/문학평론가: 고맙습니다.

▷ 주영진/앵커: 따듯하게 타오르는 사랑의 말. 문학이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의 변주곡이다. 오늘 이 책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나 혼자만의 독백이 아닌 나와 너가 주고받는 대화다. 이 말씀 오늘 저는 기억에 남습니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