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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행장은 시골촌놈"…하나은행, 직원에 탄원서 작성 요구

<앵커>

"예시를 참고해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반드시 본인의 언어로 작성할 것, 구성은 도입과 본문, 맺음말로 해라" 논술 쓰기 요령 같은 이 문건은 하나은행 비서실이 임원들에게 전달한 탄원서 작성 요령입니다. 하나은행이 임직원들을 동원해서 채용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 심사를 앞둔 함영주 행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쓰게 한 겁니다.

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31일) 오전 하나은행 본사 임원들에게 전달된 문서에는 예시를 참고하라고 적혀 있고 자필로 탄원인 이름을 쓰라고 돼 있습니다.

도입·본문·맺음말 등 구성에도 신경 쓰라고 주문합니다.

함영주 은행장이 시골 출신 고졸로 별명은 '시골 촌놈'이라며 소탈함을 강조하는 등 옹호하는 내용을 담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구속, 감경 등 선처해달라는 식으로 마무리하라는 겁니다.

하나은행 노조는 이 문서가 비서실에서 흘러나왔다고 전했습니다.

문서를 받은 임원들은 다시 각 지점장한테 보냈고 서울, 수도권 지점 직원들에게도 전달됐습니다.

직원들은 탄원서를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강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입니다.

[하나은행 직원 : 자발이라면 어떤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야 정상인 건데, 분명하게 누군가가 했고 안 했는지 집계되고…]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라고 털어놨습니다.

[하나은행 직원 : 회장님 연임 문제가 있을 때 부서별로 사내 게시판 글을 작성하게 하는 게 있었어요. '연임을 우리는 지지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은행 채용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어제 함영주 행장에 대해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구속 여부는 내일 결정됩니다.

하나은행 측은 탄원서는 직원들이 안타까운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지만 직원 동원 논란이 일자 법원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무환, VJ :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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