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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 시민만 마셔라? 정수기 쓰는 공무원들

<앵커>

시민들이 수돗물을 믿고 마실 수 있게 만들겠다면서 그동안 서울시가 몇천억 원을 썼습니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와 구청에 가봤더니 공무원들도 이 수돗물 대신 정수기 물과 생수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노동규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구청 민원실, 한쪽에 방문객들을 위한 음수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아리수 그러니까 수돗물 급수기입니다.

3시간 동안 지켜봤는데 방문객들만 이 물을 마실 뿐 공무원들은 이용하질 않습니다.

왜 그럴까, 컵을 든 직원을 따라가 봤더니 창구 뒤쪽에서 정수기 물을 받습니다.

방문한 시민은 수돗물을 마시라면서 정작 공무원들은 정수기 물을 마시는 겁니다.

민원실뿐 아니라 구청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마다 아리수 급수기가 아닌 정수기가 놓여 있습니다.

[구청 방문 시민 : (공무원들도) 청결이 의심스러워 안 먹는 거잖아요. 자기들이 신뢰가 있으면 마실 것 같은데, 안 드시는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또 다른 구청, 이곳 역시 민원실엔 아리수 급수기가 놓여 있고 공무원들은 사무실 안쪽에 설치한 정수기를 이용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생수를 잔뜩 사다가 쌓아놓기까지 했습니다.

[○○구청 공무원 : 음수대가 멀어서 나가는 게 불편하니까 일부 부서·민원 부서에서 설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청은 어떨까, 탕비실마다 온수가 나오는 아리수 급수기가 있는데도 물 끓이는 전기 포트를 따로 두고 끓여 마십니다.

[서울시 공무원 : 아리수 좀 원래 냄새나죠. 찬물은 특히 나는데 온수는 좀 덜한 편이고….]

믿고 마실 수돗물을 만들겠다며 서울시가 6개 아리수 정수 센터, 고도 정수처리 시설에 들인 사업비만도 5천300억 원에 달합니다.

수질에 있어선 국제표준기구 인증까지 받았지만 믿고 마시는 시민은 아직 100명에 8명도 안 되는 실정, 앞장서야 할 공무원들이 외면하는데 더 많은 시민이 마시길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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