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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시설 믿을 수 없어"…예년만 못한 '연말 기부'

<앵커>

해마다 연말이면 추운 날씨에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올해는 유독 기부가 예년만 못합니다.

노동규 기자가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35년간 구세군으로 일해온 박원국 사관.

올해는 모금의 열기가 예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말합니다.

[박원국 사관/구세군 35년 경력 : 분위기 자체는 아직은 조금 더…연말 분위기가 덜하고, 경제하고 또 맞물려 가니까…(모금 어렵다.)]

제가 있는 이곳은 많을 때는 시간당 서른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금에 동참에 동참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지켜본 두 시간 사이 동안 모금에 참여한 사람은 아홉 명에 그쳤습니다.

올해 전국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많게는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기부금뿐만이 아닙니다.

1천2백여 가구가 하늘을 맞대고 사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기증받은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주민이 많습니다.

[강길자/서울 노원구 : 연탄 주셔서 잘 때고 따뜻하고 좋지요. 뭐.]

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습니다.

[신미애/서울 연탄은행 사무국장 : 15% 정도가 감소한 걸로 재무팀이랑 얘기를 나눴고요. 그리고 제가 작년 보다 조금 덜 바빠요. 오늘 보면 제가 덜 바쁜 편입니다. (원래 이맘땐) 정말 정신없는데….]

남을 생각하는 마음, 기부하는 정성이 줄어든 것은 이영학 사건과 새희망씨앗 사건 등 잇단 '기부금 유용 사건'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이주영/서울 양천구 : 어디까지 쓰이는지 자세히 기록들이 안 나오니까. 100% 다 불우이웃한테 다 안 가는 거 같아 기부금을 주는 데 거부감이 들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기부 경험이 없는 사람 중 23.8%가 기부 시설이나 기관을 믿을 수 없어 기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성규 교수/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 어디에 쓰이고, 얼마나 잘 효과를 보고 있는지 공익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도화해서, (시민이) 그런 기관들을 골라서 기부할 수 있는 토대를 정부에서 만들어줘야 합니다.]

기부금 모금과 활용 실적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단체를 늘리는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윤선영,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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