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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병, 목욕탕병…공관 밖 다른 병사들도 '머슴 노릇'

<앵커>

최근 드러난 공관병 인권침해 사건을 계기로 공관병 제도를 손보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골프공을 주워오거나 목욕물을 데우는 등 공관 밖에서도 병사들이 머슴처럼 착취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김태훈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봄, 한 장군 공관에서 열린 지역 유지 초청 만찬 장면입니다.

대형 원탁에는 고급 요리와 값비싼 술이 차려져 있습니다. 맞은 편에는 음악을 전공한 병사들이 노래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흥을 돋웁니다.

만찬은 자정이 다 돼서 마무리됐고, 사역에 동원된 병사 10여 명의 일과는 뒷정리를 마친 새벽 1시쯤 끝났습니다.

[전 장군 비서병 : 손님들이 쫘악 있는데 어느 분 먼저 드려야 되고…. 겪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가 힘드실텐데….]

지난해 가을 기무사령부 공관에서 열린 인근 부대 최고 지휘관들의 만찬, 일명 '남태령 전군 회의' 목격담입니다.

[만찬 현장 근무 병사 : 공관 자체가 으리으리해요. 진짜 TV에서 보는 별장처럼 돼 있고. 공관병, 조리병들이 엄청나게 많고. 조리병들하고 얘기해보니까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죽겠다면서 새벽부터 만찬 끝날 때까지 계속 뭘 해야하는 거 같더라고요.]

나라 지키려고 입대했는데 체력단련장으로 불리는 군 골프장에서 골프공 줍는 골프병이 되기도 하고, 장교들 목욕탕 관리하는 목욕탕병도 됩니다.

[전 장군 비서병 : 사령관보다 먼저 출근해야 하고요. 사령관이 탕에 들어오기 전에 탕에 물을 다 받아 놔야 되고. 퇴근도 좀 늦게 하는데.]

착취 대상은 이색 병과 병사들만이 아닙니다.

운전병들은 장교들 집안 심부름하는 개인기사 노릇을 하곤 합니다.

[전 장군 운전병 : (부대 소유) 모닝 끌고 다니면서 (장교를 위해) 장 보러 다니는 운전병도 있거든요. (간부들은) 수송부에는 물품 구매라고 해놓고 사적으로 용도를 채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후진적인 병영문화와 제도로는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없습니다.

공관병 폐지를 넘어, 고급장교 수발 역할로 전락한 병사들도 전투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영상편집 : 이홍명, CG :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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