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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위해 쓸 돈으로…병원에 세워진 이상한 표지석

<앵커>

국립 보훈병원에 세워져 있는 표지석입니다. '명예로운 보훈'이라는 글자 아래에 박승춘 전 보훈처장과 관련 기관장들의 이름이 보입니다. 이 표지석이 세워진 건 지난 4월 말인데 지금은 이름이 이렇게 새겨진 부분이 가려져 있습니다.

한 달 사이에 표지석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기동취재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대전 보훈병원입니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으로 표지석이 보입니다. 대전뿐 아니라 서울, 대구, 부산 등 전국 보훈병원 4곳이 지난 4월 말 표지석을 동시다발적으로 들여놨습니다.

그런데 모든 표지석 아랫돌엔 얼마 전 물러난 박승춘 전 보훈처장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김옥이 현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의 이름과 각 병원장 이름도 눈에 띕니다.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보훈의료공단 관계자 (음성 대역) : 시기적으로 생뚱맞고, 이름 넣는 것도 생뚱맞고… 직원들이 다 안 좋게 생각하는 거죠.]

이런 표지석은 왜 들어섰을까? 시작은 한 국가유공자가 광주보훈병원에 기증한 '명예로운 보훈'이라 새긴 표지석을 본 박 전 처장의 제안이었습니다. 같은 표지석이 전국 보훈병원 4곳에 세워졌는데 그 아래 당시 보훈처장의 이름이 새겨진 겁니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 : (박승춘) 처장님이 오셔서 '명예로운 보훈'을 굉장히 많이 강조하셨었어요. 그게(글귀) 좋으니까 우리도 새기자, 그러면서 어쩌면 붐을 일으킨 건 국가보훈처장이다 보니까….]

표지석을 세운 직후 당시 박 처장은 서울 중앙보훈병원을 찾아가 기념 사진도 찍었습니다. 

하지만 보훈처장이 교체된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을 당시엔 정면에 보였던 처장의 이름이 사라진 것입니다. 표지석을 살펴보니 이름이 새겨진 아랫돌을 뒤로 돌리고 이름들을 회향목을 새로 심어 가렸습니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 : (나무로 왜 가려놓으신 거예요?) 굳이 이름을 새겨놓고서 가릴 이유는 없죠. 아니, 가릴 걸 뭐하러 새겨 놓겠어요. 차라리 그러면 (이름을) 안 새기지.]

하지만 현장을 직접 살펴본 실무진조차 황당한 반응을 감추지 못합니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 : (직접 보시니까 어떠세요?) 참… 아 왜 이렇게 가려놨을까… 나도 이해가 안가네.]

한 개에 1천5백만 원짜리 이 표지석들은 국가유공자를 위해 쓰여야 할 보훈복지의료공단 예산으로 세워졌습니다.

(영상편집 : 윤선영,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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