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치매는 간병스트레스가 큰 질병이지요. 특히 집에서 아무 지원 없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갈등 끝에 가족 해체로 이어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적지 않습니다.
이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파트 11층 난간에 한 노인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습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20여 분 만에 아랫집 창문으로 노인을 무사히 끌어내렸습니다.
이날 구조된 할아버지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76살 김 모 할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말합니다.
7년째 파킨슨병을 앓는 아내를 홀로 돌보며 자신도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겁니다.
[김 모 씨 : (아내에게) 그러면 같이 죽자(라고 했어요.) 이 손만 놓으면 떨어지는데 이 손이 놓이질 않아요. 내가 죽으면 집사람이 어떡할까.]
아들과 딸이 있었지만, 다들 생업에 바빠 부담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소동 이후 아내는 딸이 데려갔고 김 씨는 홀로 남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간병 부담을 개인에게만 돌리다 보니 '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른다는 지적입니다.
나흘 전에는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수발하다 숨지게 하고 암매장했던 50대 아들이 1년여 만에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습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가족의 62%가 우울감을 느끼고 있고, 20%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주용진, 영상편집 : 이승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