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中 "운전기사가 방화"…석연찮은 조사 결과에 "납득 못 해"

<앵커>

지난달 중국에서 터널을 지나던 통학버스에서 불이 나 한국 유치원생 10명이 숨진 참사 기억하실 겁니다. 사건을 조사한 중국 공안이 버스 기사가 일부러 불을 지른 거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유족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정성엽 특파원입니다.

<기자>

지난달 9일 오전 9시 중국 산둥 성 웨이하이시 타오쟈쾅 터널 안에서 한국국제학교 통학버스에 불이 났습니다.

이 사고로 한국 유치원생 10명과 중국 유치원생, 운전기사와 보조교사까지 모두 13명이 숨졌습니다.

사고 직후 중국 당국은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철저하게 원인을 조사해 밝히겠다고 약속했고, 오늘(2일)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결론은 중국인 운전기사의 방화라는 것입니다.

중국인 운전기사 충웨이쯔가 사고 전날 해고 통보를 받은 데 불만을 품고 버스에 불을 질렀다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왕진청/산둥성 공안청 부청장 : 사건 발생 하루 전에 학교 측에서 해고를 하겠다고 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버스 안에서 라이터와 휘발유 흔적이 발견됐고, 최초 발화지점이 운전석 뒷자리란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운전기사가 승차하면서 범행 도구로 구입한 휘발유 통을 여는 듯한 동영상이 발견됐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사고를 숨진 운전기사의 개인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김미석/유족 대표 : 왼쪽(운전석 쪽)에서 발화가 됐다면 거기도 많이 탔을 거 아닙니까? 타이어 같은데 손상이 많이 갔을 텐데 타이어는 윗부분만 조금 탄 흔적이 있고….]

---

<앵커>

현지에서 취재한 베이징 정성엽 특파원을 연결해 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정 특파원, 지금 보면 조사 결과에 유족들이 상당히 반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단 건가요?

<기자>

지금 유족들은 충격에 빠져 있는 분위기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사고 당일 아침에 버스 운전기사가 부모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을 버스에 태웠는데 그런 사람이 버스를 운전하고 가다 불을 질렀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고가 발생할 당시에도 중국 당국이 유족들에게 불에 탄 버스를 보여주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도 사고현장 주변에서 확보한 5만 시간 분의 동영상 중에 단 5분 분량만 보여줬다면서 유족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단 입장입니다.

<앵커>

유족들 주장을 들어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정 특파원이 직접 사고 현장을 다녀왔는데, 오늘 공안 발표를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나요?

<기자>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요, 운전석 맞은편, 그러니까 출입문 쪽이 불에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의 발표는 최초 발화지점이 운전석 쪽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 당국은 범행에 쓰려고 휘발유를 구입했다는데, 이게 휘발유가 아니라 버스 연료인 경유일 수도 있다는 게 유족들의 생각입니다.

운전기사가 잘 가다가 갑자기 터널 안에서 방화를 한 이유도 설명이 안 됐고요, 운전기사가 왜 버스 중간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실 버스 안에 블랙박스만 있어도 이런 논란들은 해소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없다는 겁니다.

당국의 수사 결과도 차량 외부에서 찍은 CCTV 화면을 근거로 판단한 거라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측은 외교부 대변인까지 나서서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사후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오늘 당국의 발표 내용에 석연치 않은 점을 근거로 재심사를 요청할 방침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