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안종범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수첩에 꼼꼼하게 적어 왔습니다. 검찰에 전에 17개를 압수당했었는데, 특검이 그 두 배가 넘는 수첩 40개를 추가로 찾아냈습니다. 대통령이 삼성에 여러 가지 도움을 주라고 지시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특검이 추가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엔 'V.I.P, 국감에 삼성 출석 않도록 정무위·기재위·교문위에 조치할 것'이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삼성 인사들의 증인 출석을 막도록 지시한 내용"이라고 안 전 수석은 진술했습니다.
당시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삼성 임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실제 새누리당 반대로 삼성 임원들의 증인 채택은 무산됐습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의 정유라 씨 승마 지원 등을 숨기려고 이런 지시를 했다고 봅니다.
또 삼성에 대한 일종의 특혜라는 점에서 대가관계도 성립하는 만큼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의 주요 정황이라는 게 특검 판단입니다.
수첩에는 또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미국계 자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반대할 무렵,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안종범 당시 수석을 만나 "외국계 투기자본의 M&A 공격에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하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 정황도 드러납니다.
또 비슷한 시기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합병을 도와 자본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시한 기록도 있습니다.
특검은 이런 내용들이 합병 당시 삼성과 청와대 사이에 청탁이 오간 증거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