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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 단식·국회의장 형사고발…극한 대립

이번 주 국회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신기록이 두 개나 나왔습니다.

여당 대표의 단식이 첫 기록이고 국회의장에 대한 형사고발이 두 번째입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파행은 기록 축에도 못 낍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언뜻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야의 극한 대립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입니다.

이 대표의 극한 대응은 대통령의 이 발언부터 예고됐습니다.

[박근혜/대통령 24일 발언 : 이러한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습니다.]

다음날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정현/새누리당 대표 25일 발언 : 대통령 무너뜨리고 레임덕 초래해서 국정을 혼란에 빠뜨려 정권교체 하려고 하는…]

이정현 대표는 현 상황을 야당의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한 겁니다.

그 상황을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가만두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레임덕이 앞당겨진다는 위기의식입니다.

정세균이 사퇴하든 이정현이 굶어 죽든 둘 중 하나라는 극한 방식을 선택한 정치적 이유입니다.

물론, 정치적 부담은 있습니다.

여당대표가 정국을 더 꼬이게 하냐는 여론 악화 때문입니다.

이를 의식한 이 대표는 단식은 내가 할 테니, 의원들은 국감에 복귀하라, 이렇게 말했다가 반나절 만에 없던 일이 된 과정도 겪었습니다.

친박계가 강력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친박계는 이왕 사태가 이렇게 된 이상 단일대오 유지가 우선이라 판단했습니다.

지금 야당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면 내년 대선까지 계속 밀리게 돼 있고 특히 정세균 의장을 길들이지 않으면 결정적 순간에 의장 직권상정을 통한 수 싸움에서 지게 될 것이란 계산입니다.

내부적으론 박근혜 대통령으로 떨어져 나가려는 비박계의 원심력을 제어하는 의미도 큽니다.

그렇다면 두 야당은 어떨까요?

처음엔 상대적으로 느긋했습니다.

판을 깨고 국감 파행을 시작한 건 여당이니까요.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정치가 장난입니까.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순 없습니다.]

그런데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정국 주도권을 쥘 국정감사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우병우, 이석수, 최순실 등 굵직한 이슈가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커졌고 지진대응, 백남기 농민 사망 등 많은 국감 호재가 타이밍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여당이 국감 복귀를 놓고 혼선을 빚을 때, 여당이 드디어 굴복했다, 결국 항복했다, 이런 조롱 조의 대응으로 새누리당을 자극해 다시 결집하게 만든 전략적 미스도 있었습니다.

야당은 대선을 앞두고 정국 프레임을 대통령 대 야당으로 몰고 가길 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단식 때문에 정세균 대 이정현으로 구도로 변해버렸습니다.

야당으로선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할 대목입니다.

여당의 사퇴요구를 일축한 정세균 의장 역시 곤혹스럽습니다.

맨입 발언 녹취 공개로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여당은 형사고발에 이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준수 의무를 명시한 이른바 정세균 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정 의장으로선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제3당 국민의당의 이해득실 표는 어떨까요?

장관 해임안 가결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로 존재감을 과시한 데는 일단 성공입니다.

그러나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제3당, 특히 안철수라는 대선 주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별 재미를 못 봤다는 평가입니다.

이정현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평가절하했습니다.

[박지원/국민의당 원내대표 : 전부 정치 쇼로 본다. 단식, 성공한 적 없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발언을 사과하고 국회 정상화 중재자로 나섰습니다.

국회 파행이 더 길어져 봐야 국민의당의 대선 전략에 더이상 도움이 안 된다는 계산입니다.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부터 정세균 국회의장의 표결 강행 그리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과 국회 파행까지, 여야의 극한 대립에는 이렇게 복잡한 정치적 이유와 계산이 담겨있습니다.

종착역은 결국 내년 대선입니다.

피하기 어려운 싸움이긴 한데, 여야 모두 이거 하나는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 정치판 싸움을 혐오하고 관심 없는 척 해도 어느 쪽이 더 먼저 선을 넘는지 들여다보고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매번 선거 결과가 그를 입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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