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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마을' 혐오…편견 꼬집는 뭉클한 벽화

<앵커>

이집트의 카이로에는 거리의 쓰레기를 주워 모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집은 낡았고 지저분한 것 투성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이 마을의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카이로 정규진 특파원이 안내하겠습니다.

<기자>

좁은 골목길마다 쓰레기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도시의 쓰레기를 모아 분류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이곳 주민들이 모아놓은 것입니다.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니 알록달록 색칠된 건물이 여기저기 눈에 띕니다.

[켈로로스/쓰레기 마을 주민 : (색칠된 건물이 얼마나 많지?) 아주 많아요. 50개쯤.]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면 건물이 담고 있는 색들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으로 포개져 둥그런 대형 벽화를 완성합니다.

알록달록한 벽화의 무늬는 사실 아랍어 명언입니다.

누군가 햇빛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자신의 눈부터 비벼라.

쓰레기 마을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꼬집는 말입니다.

이 입체 벽화는 올해 초 프랑스의 한 거리 예술가가 그려준 겁니다.

[엘 시드/벽화 제작자 : 모두가 혐오하는 쓰레기는 마을주민 것이 아니죠. 그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게 아니라 쓰레기를 이용해 살 뿐입니다.]

화사한 새 옷은 마을의 이미지를 바꿔놓았습니다.

벽화를 보러오는 관광객도 생겼습니다.

[베크히트/쓰레기 마을 주민 : 벽화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이제야 세상이 우리를 제대로 봐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마을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래도 주민들은 남들이 꺼리는 일을 도맡고 있는 자신들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아바노부/쓰레기 마을 주민 : 우리가 없다면 카이로 시민은 쓰레기 홍수 속에서 헤엄쳐야 할 겁니다. 우리도 똑같은 시민이고 인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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