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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당할까 두려워요"…있으나 마나 한 '금연 벨'

<앵커>

지금 보시는 게 버스 정거장이나 지하철역 부근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설치된 '금연 벨'입니다. 누군가가 흡연자를 보고 이 벨을 누르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데, 현재 전국적으로 900여 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벨을 누르는 사람이 없어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혜경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평소 인파가 많은 지하철 출구 근처 만남의 광장.

흡연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금연 구역입니다.

10m 정도 떨어진 공중화장실엔 이른바 '금연 벨'이 설치돼 있습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자를 발견하면, 누구나 금연 벨을 누를 수 있습니다.

[이곳은 금연 구역입니다. 지금 즉시 담배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금연 구역 내 흡연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렇지만 곳곳에 흡연자들이 보여도, 정작 금연 벨을 누르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곳에 설치된 금연 벨은 아예 고장이 났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서울시 내 자치구가 설치한 금연 벨은 지금까지 모두 51개.

흡연 인구가 많은 지하철 출구 등 공용시설에 있습니다.

벨을 누른 뒤 5초 후에 방송이 나오게 돼 있어 누가 벨을 눌렀는지 확인할 수 없게 했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혹여 흡연자들에게 보복당할까 두려워 누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시민 : 누가 눌렀다가 뭐라고 하면 어떡해요. 제가 피하고 말지 누를 것 같진 않은데요.]

[시민 : 저번에 누가 담배 피우면서 가는데 아이가 있어서 꺼달라고 해서 폭행당했잖아요. 그런 게 있을까 봐.]

실제로 지난달 30일엔 서울 은평구의 한 건널목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50대 남성에게 "담배를 꺼달라"고 말했던 아기 엄마가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조성일/교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 실질적으로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 효과가 더 커지도록 여러 가지 좀 더 보완하고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사회적 상식이 보편화 되도록….]

금연 구역에서 비흡연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금연 정책이 필요합니다.

(영상편집 : 이홍명, VJ : 김종갑,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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