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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봉인된 투표함…29년 만에 열렸다

<앵커>

지난 1987년 대통령 선거 때 서울 구로에서 부재자 투표함을 놓고 부정선거 의혹이 일었습니다. 당시 진통 끝에 투표함이 미개봉 상태로 보관됐는데, 29년 만인 오늘(21일) 결국 열렸습니다.

강청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일인 1987년 12월 16일 오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봉인된 부재자 투표함을 차에 옮겨 싣다가 시민에게 빼앗겼습니다.

[당시 시위 참가자/공정선거감시단원 : 나는 처음에 (상자를) 보고 빵을 보고 나니까 아 이거 괜찮겠다 했는데 뭐여, 안에 딱 보다 보니까 (빵 아래에) 투표함이 있는 거예요.]

개표 부정으로 여긴 시민 5천 명이 구로구청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진압과정에서 56명이 다치고 208명이 구속됐습니다.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200만 표 넘는 표차로 승리한 만큼 투표함 안에 있던 표는 당락에 영향을 못 미친다는 선관위의 판단으로 무효처리됐습니다.

그동안 중앙선관위 수장고에 보관됐던 구로을 투표함의 뚜껑이 오늘 열렸습니다.

29년을 기다린 자물쇠를 열기까지 채 5분도 안 걸렸습니다.

함에서 나온 투표용지는 4천 325장.

노태우 후보가 3천133표,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 575표, 김영삼 통일민주당 404표,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 130표였습니다.

노태우 후보의 표가 전국 득표율에 비해 월등히 많았지만, 부정투표 의혹을 가릴 수 없었습니다.

투표함 개봉은 87년 민주화 체제 30년을 맞아 한국정치학회의 제안에 따른 겁니다.

[강원택/한국정치학회장 : (투표함 개봉을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이후에 한국 민주주의의 전개 과정, 발전 과정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국정치학회와 선관위는 자체 조사와 국과수 감정 결과를 종합해 다음 달 최종 분석결과를 발표합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최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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