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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피하려다…'모야모야' 앓던 여대생 혼수상태

<앵커>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소 난치병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던 19살 여대생이 강도를 피해 달아났다가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 밤 늦게까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오던 길이었습니다.

조기호 기자가 그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5일 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식당 안입니다.

늦은 밤 아르바이트를 마친 여대생 19살 김 모 양이 식당을 나섭니다.

비슷한 시간 주변 골목길에선 모자를 쓴 남성이 이곳저곳 배회합니다.

그러다 귀가하던 여대생 김 양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강도질을 시도했습니다.

여대생은 이 골목에선 다행히 강도 피해를 보지 않았고 곧바로 집 쪽으로 내달렸습니다.

[이웃 주민 : 비명 소리가 한참 나면서 저쪽 골목으로 뛰어가는데 많이 놀란 것 같았어요.]

강도를 뿌리치고 2백여 미터 정도를 달려 집에 도착한 김 양은 10분도 안 돼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병원 진단결과, 김 양은 국내에서 2천 명 정도 앓는 희소 난치병 '모야모야' 환자로 판명됐습니다.

뇌로 가는 혈관이 점점 좁아지면서 주위에 가느다란 이상 혈관이 자라는 병인데, 피가 갑자기 몰릴 경우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올 수 있습니다.

김 양이 강도를 피해 급하게 뛰는 바람에 뇌졸중 증세가 나타난 걸로 추정됩니다.

김 양은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학비를 벌기 위해 주말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습니다.

가족들은 김 양이 희소난치병 환자였던 사실을 몰랐습니다.

[김 모 양 아버지 : (딸에게 그런 병이 있는지) 몰랐죠. 20년 동안 살면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요. 너무 어이없어요.]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 30살 여 모 씨를 체포해 강도치상 혐의로 오늘(9일) 구속했습니다.

여 씨는 죄송하다며 뒤늦게 후회했지만, 김 양은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배문산,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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