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0년 넘게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봐왔던 이방인 수녀가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는 소식, 전해 드렸지요. 특별한 일을 한 게 없다면서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해 왔는데, 오늘(26일) 처음으로 세상 앞에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류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손녀뻘 기자가 인사하자 백발이 성성한 수녀는 손부터 꼭 붙잡습니다.
수녀는 54년 전인 1962년, 27 나이에 처음 본 소록도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마리안느 수녀 : 우리 때도 간호사 있었지만, 환자가 6천 명이나 있었고 그래서 (환자들이) 고생 고생했어요.]
환자 피고름을 받아내는 건 당시 의사도 꺼리던 일이었습니다.
[(환자들 피고름 빨아주시고 너무 고생하셨다고.) 아니 아니 우리가 고생한 건 하나도 없었어요.]
환자들은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깊었습니다.
병이 나아도 사회 복귀를 포기하는 환자를 보는 게 고통이었습니다.
[손 수술, 발 수술 다 하고 병 완전히 낫고 그래도 집에 못 돌아가는 사람 있었어요. 그때 제일 마음이 아팠어요.]
가족처럼 지낸 환자들은 수녀를 천사로 기억합니다.
[한센병 환자 : 입을 '아' 벌리라고 해서 (우유를) 먹여 주는데 그게 그렇게 참 시원했어요.]
마리아나 수녀는 43년을 한센인들을 위해 살다가 11년 전 친구 마가렛 수녀와 홀연히 섬을 떠났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 아프기 때문에 마가렛도 같이 갔어요. 진짜 결정하는 거 아주 어려웠어요. 우리도 눈물 많이 흘렸어요, 그날.]
한센인들은 해준 게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수녀는 너무 많이 받았다며 소록도 인생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소록도에서의 인생, 행복하셨습니까?) 네, 행복했습니다. (얼마 만큼요?) 이만큼. 하늘만큼.]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윤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