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찰이 납치범을 추적하다 눈앞에서 놓쳤는데 이에 자극받은 범인이 인질을 살해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의 마음 어땠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사건 6년 만에 국가의 책임을 묻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박하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0년 6월, 당시 20대 여대생 이 모 씨가 대구에서 납치된 지 하루 만에 경남 거창의 한 배수로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납치범 김 모 씨/검거 당시 : 저 혼자 했습니다. 빚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이 씨가 살해되기에 앞서 이 씨 부모는 딸의 몸값을 달라는 납치범 25살 김 모 씨의 협박 전화를 받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납치 당일 대구 시내에서 김 씨가 탄 승용차를 발견하고 추격전을 벌였지만 놓치고 말았고, 경찰 수사를 눈치챈 범인은 다음 날 이 씨를 살해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 검거에 급급해 미리 도주로를 차단하는 등의 초동대처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족들은 경찰의 부실 대응 때문에 이 씨가 숨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사건 발생 6년 만에 대법원은 국가 책임을 최종 인정하고, 국가가 9천6백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조병구/대법원 공보관 : 도주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납치범이 달아나서 피해자를 살해한 데 대하여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수긍한 판결입니다.]
1심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10%만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30%로 높였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최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