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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큰손' 이란…녹록지 않은 현실

<앵커>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 원유 매장량은 세계에서 네 번째, 천연가스는 두 번째로 많은 자원 부국인 데다 인구도 8천만 명이나 됩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막상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이란 현지에서 정규진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란 국영 자동차 회사의 전시회입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모델을 반제품으로 들여와 이란에서 조립한 건데 한국 자동차가 큰 인기입니다.

[모센/이란 소비자 : 한국차는 한눈에 봐도 예쁘고 잘 만든 것 같아요. 가격만 맞는다면 사고 싶습니다.]

테헤란 시내 광고판은 대부분 우리 기업 제품으로 도배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제재 기간 이란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뺐습니다.

그 결과 TV나 세탁기 같은 가전 시장의 90%를 우리 기업이 점령한 겁니다.

[나자니아/이란 테헤란 시민 : 한국 드라마도 봤고요. 한국 제품을 아주 좋아해요. 이것(셀카봉)도 그렇고요.]

10여 년의 경제 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은 낙후된 산업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이란에 돈이 없다는 겁니다.

제재 해제로 해외 자산 1천억 달러가 풀렸지만 대부분 상환자금으로, 이란이 손에 쥐는 건 4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결국, 초기에는 해외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이란 소비자들이 한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반면 이란 정부 생각은 좀 다릅니다.

완제품만 팔아서 돈 벌어간 뒤 정작 이란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김욱진/코트라 테헤란 무역관 : (한국이)이란 시장에서 재미를 많이 봐온 대표적인 국가인데, 이란은 자신이 힘들 때 한국이 그렇게 이란을 많이 도와줬나? 거기에 대해 큰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란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메디 자말리/이란 국영자동차 대표 : 한국은 이란의 달라진 새 조건을 이해해야 합니다. 투자뿐 아니라 차도 같이 만들고 수출 네트워크도 공유해야 합니다.]

빗장 풀린 이란을 단순한 '수출시장'으로 간주해 눈앞의 이익만 노릴 게 아니라 투자와 기술 제휴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동반자'로 삼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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