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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 통해 학습하는 '알파고'…승자는 구글?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이번 대결에는 바둑의 승패보다 더 중요한 본질이 있습니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SBS의 소셜 동영상뉴스 서비스인 '비디오머그'에서도 소개해 드린 바 있는 이번 대결의 본질을 엄민재 기자가 다시 한 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여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게 '고양이'라는 사실을 바로 압니다.

그런데 수십만 자리 수 계산을 쉽게 해내는 인공지능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요.

색깔이 조금만 달라도, 모양이 살짝만 바뀌어도 뭔지 모릅니다.

인간에게 세상을 지각하고 움직이는 것은 매우 쉽지만 복잡한 수식 계산은 어렵습니다.

컴퓨터에게 엄청난 단위의 수식 계산은 식은 죽 먹기지만, 인간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건 너무나 어렵습니다.

이를 모라벡의 역설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지금, 모라벡의 역설이 깨지고 있습니다.

컴퓨터도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기 시작한 겁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지금 당장 눈 앞의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난해 2월, 인공지능 알파고의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세계 최고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벽돌깨기 비디오게임을 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소개합니다.

중요한 건 이 컴퓨터에게 게임하는 방법을 전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 실력자가 게임하는 걸 보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처음엔 어설프게 게임을 하던 컴퓨터가 60분, 120분, 240분을 스스로 트레이닝을 한 뒤에는 터널을 만들어 쉽게 벽돌을 깨는 방법을 발견합니다.

컴퓨터 스스로 터득한 겁니다.

1년 뒤, 딥마인드는 프로기사 수준으로 바둑을 둘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를 내놓습니다.

왜 하필 바둑일까요.

64개의 칸 위에서 말을 움직이는 체스와 달리 바둑은 가로 19줄, 세로 19줄.

놓을 수 있는 칸만 361개입니다.

첫 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만 12만 9960가지가 됩니다.

361개 점을 모두 채워가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 가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면 슈퍼컴퓨터로 100억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죠.

물론 전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바둑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설정한 알고리즘, 즉 계산법에 따라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이론상으론 완벽했지만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진 않았습니다.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직관 능력 때문이었죠.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는 이른바 '딥 러닝' 기술을 통해 이세돌이라는 인류 최고수의 능력치를 말 그대로, 빨아들일 겁니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컴퓨터가 고양이 사진 수 천만 장을 들여다보고 나선 인간과 같이 '고양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구상에 가장 어렵다는 완벽한 게임, 바둑을 알파고가 이해한다면 알파고를 소유한 구글은 현실적으로 풀기 어려웠던 다른 영역에서도 인공지능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나 인간과의 대화, 실시간 통역 같은 지성적인 일들도 인간만큼 완벽하게, 아니 그 이상으로 해낼 수 있는 때가 온다는 겁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결하면서 빨아들인 학습 데이터의 가치는 대국에 들어간 개런티 12억 원의 수백, 수천 배가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을 디지털화 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지적 노동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책을 마련해놓지 않는다면 인간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겠죠. 

▶ [비디오머그 인사이트] 이세돌 vs 알파고, 어차피 승자는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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