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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된 '나뭇길', 경전철 공사에 사라질 위기

<앵커>

이곳 서울 보라매 공원은 수십 년 된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이 나무 터널길이 장관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은 멋지게 단풍까지 들면서 그 정취가 최고조에 달하는데요, 시민들이 사랑하는 이 보라매 공원의 나뭇길이 그런데 내년엔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보라매 공원 밑을 지나는 경전철 공사 때문이라는데, 무슨 일인지 생생 리포트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보라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수백 그루의 아름드리 나뭇길이 펼쳐집니다.

1958년 공군사관학교가 들어설 때부터 이 자리에 있던 나무들로, 공원이 조성된 30년 전부턴 시민들의 휴식터가 돼 왔습니다.

여기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60년 정도 됐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 밑동은 어른인 제가 안아도 한 팔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두껍고요, 나뭇가지도 20m 정도 보기 좋게 쭉쭉 뻗었습니다.

그런데 약 6개월 후 정확히 이 나뭇길 아래로 경전철 신림선 공사가 결정되면서 나무들이 대거 뽑힐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상에서 땅을 파고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 서울시는 나무를 뽑아서 다른 곳에 옮겼다가 공사가 끝나면 다시 원상복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 : 불가피하게 접촉하는 나무는 최소화하고, 최대한 베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식했다가 후에 원위치 시키는 쪽으로 저희는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해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오래된 나무는 뽑는 순간, 훼손되기 때문에 원상복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이경준/서울대학교 수목진단센터 명예교수 : (이렇게 큰 나무를 옮기면) 분을 아무리 크게 떠도 뿌리의 80~90% 정도가 잘립니다. 그러면 결국 나무 모양이, 지상부의 잎과 수관이 망가지게 돼 있어요. (옮겨 심어도) 회복이 안 되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굵은 뿌리만 먼저 잘라내고 제자리에서 2년 정도 잔뿌리가 나올 때까지 적응 기간을 뒀다가 나무를 뽑는 이른바 '뿌리 돌림' 시공을 먼저 했다면 나무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서울시는 나무가 최대한 훼손되지 않게 옮겨 심을 방안을 현재 해당 부서와 협의 중이라며, 이식할 나무 수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김선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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