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만, 앞에 큰 외제차가 있을 때와 소형차가 있을 때 뒤차 운전자들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SBS 연중 캠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3일)은 장훈경 기자가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우리 운전문화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기자>
48살 김 모 씨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한 남성이 모는 차가 김 씨의 차를 가로막습니다.
[가세요, 빨리. (안 갈래.)]
남성은 급기야 차에서 내리더니 김 씨의 차로 다가와 위협합니다.
[(내려봐, 이야기나 좀 하게.) 보복운전이에요.]
김 씨가 꼬리물기를 하는 바람에 좌회전을 못한 남성이 화가 나 벌인 일입니다.
당시 두 딸과 함께 극심한 위협을 느낀 김 씨는 이 영상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댓글들은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김 모 씨/운전 경력 28년 : 여자들이 깝죽대다 그런다, 나 같으면 3단봉으로 두들겨 팼을 텐데… 몇 시간 버티다가 (글 올린 날) 저녁에 글을 삭제해버렸어요.]
경차, 값싼 차도 차별받는 일이 잦습니다.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앞차가 출발하지 않을 때, 뒤차가 얼마 만에 경적을 울리는지 실험해봤습니다.
먼저, 1억 4천만 원짜리 외제차가 앞에 선 경우, 평균 9.49 초가 지난 뒤에야 뒤차가 경적을 울렸습니다.
반면 1천300만 원짜리 소형차 경우엔 외제차의 절반 가량인 평균 5,2초 만에 경적이 울렸습니다.
편도 4차로를 끼어들 때도 비교해봤습니다.
고급 외제차가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하지만 경적 한 번 울리지 않습니다.
[고급 외제차 운전자 : 다 서요. '(차량 앞부분) 내밀면 다 되냐' 그런 말 있잖아요. 그거에요, 이게.]
경차의 경우 차선 하나 넘어갈 때마다 쉴 새 없이 경적이 울립니다.
[국산 경차 운전자 : 양보가 잘 안 되고 (뒤에서) 너무 빵빵거리고 하니까 무섭기도 하고. 이게 경차다 보니까 양보가 덜 되나 싶기도 하고요.]
[손석한/정신과 전문의 : (운전자는 차량을) 자신과 동일한 대상으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주변에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있을 때) 감히 저 차가 저 사람이 나를 함부로 대했다는 분노를 더 크게 느끼는 것이죠.]
강자엔 관대하고, 약자에겐 가혹한 우리의 운전 문화.
우리 사회와 꼭 닮은 악습을 이제는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홍종수, 영상편집 : 박춘배,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