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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삶 담은 채색화…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

<앵커>

한국 미술계의 거장 천경자 화백이 두 달 전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죠.

자신과 닮은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요, 고인의 작품세계를 김영아 기자가 소개하겠습니다.

<기자>

뱀 35마리가 똬리를 틀고 뒤엉켜 있습니다.

천경자 화백이 생전에 자신의 잔인한 삶에 맞서 그렸다고 설명한 작품입니다.

20대에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하고 전쟁통에 동생마저 잃고 난 뒤였습니다.

60년대 이후엔 순탄치 않은 자신의 삶을 아름답지만, 한이 서려 있는 자화상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꽃과 여성을 소재로 한 천 화백의 화려한 채색화는 남성 중심이던 한국 미술계에 혁명이었습니다.

[김홍희/서울시립미술관 관장 : 나르시시즘적인 여성욕망을 담아서 자기 스타일을 만든 것이죠. 한국 초유의 페미니즘 작가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70년대와 80년대에 남긴 다양한 여인화들은 천경자 화풍을 대표하는 수작으로 꼽힙니다.

천 화백은 그러나 필력이 절정에 달했던 1991년 '미인도'를 둘러싼 위작논란으로 절필을 선언했습니다.

[이숙자/천경자 화백 제자 : 아마 아무도 안 만나주셨을 것 같아요. 혹시 들으면 그 분이 뉴욕 무슨 거리에서 지나가는 걸 봤다. 뭐, 그런 얘기 정도고….]

미국으로 건너간 뒤 사실상 속세와 단절해온 천 화백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한국 미술계는 큰 별을 잃었다며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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