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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팔자 희한해"…남편 따라 정착한 타지 여자들

[SBS 스페셜] 여배우와 노은면 여자

영화 '똥파리'로 기억되는 15년차 여배우.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깡패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여고생 소녀가장 등 평범하지 않은 여자들을 연기해 온 김꽃비가 노은면 소재지 여자들을 만났다. 바이크를 타고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려 도착한 그곳.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사람이 보이고 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면 소재지'에 사는 여자의 인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전국에 소재한 1195개의 면 소재지 중에서 '노은면'을 특별히 선정한 이유가 있다. 노은면의 행정수도인 '면 소재지'의 풍경이 변화가 더뎠기 때문이다. 과거 면 소재지 거리와 건물, 간판을 지금도 볼 수 있다. 정미소, 약방, 다방, 공판장, 방앗간, 농약사, 철물점, 정육점, 식당, 술집, 미용실 등은 살아 남았고 양조장, 세탁소, 목공소, 의원, 만물상, 문방구, 사진관 등은 멈추거나 사라졌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먹고살았을까? 면 소재지에서 사는 여자의 삶은 어떻게 어땠을까?

노은면 남자를 만나 살다 보니 노은면 여자가 된 인생들

노은면의 맛집을 책임지는 여주 자매. 동생은 좀 노는(?) 노은 남자를 만나 터를 잡았고, 언니는 동생 결혼을 말리러 왔다가 노은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역시 그곳에서 살아왔다.

서울에서 온 미장원 원장은 노은이 처음부터 싫었다. 그러나 남편은 고향으로 와서 신났다. 매일 반복되는 술자리와 모임들. 여자는 뿔났고 고독해졌고 레슬링에 빠졌다. 반면 맞은편 노은 출신 미장원 원장은 고향이 좋다고 보름 전 이곳에 미용실을 오픈했다.

부동산 홍 사장은 땅 보러 오는 손님은 귀찮아도 술과 친구들은 한없이 좋다. 남편의 뻥에 속아 평생 엮였다는 안주인 여자. "능력 있으면 여자는 혼자 살아야 돼."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노은 남자를 만나 노은 여자가 된 사람들의 이구동성. "그래도 노은 남자는 착해!" 그래서 산다, 그래서 살았다.

금광 찾아 금빛 쫓아 노은으로 온 남자 그리고 여자

1930년대 초 금광을 위해 전기를 끌어들인 곳. 노은의 전성기는 노다지를 캐러 온 사람들과 함께한다. 면 소재지에만 정미소가 3개나 되고 400미터 정도 되는 중앙 신작로에는 양조장과 약방, 문방구, 잡화점과 포목점 등 온갖 점포들이 마주보고 들어서며 상권을 형성했었다.

'작은 서울'이라고 불릴 정도로 도시의 축소판이었던 면 소재지에는 색시가 나오는 술집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금광 경험도 장터의 추억도 술집의 술과 여자 이야기도 모두 기억으로만 남았다.
 
"남자들은 술 먹고 있고 여자들은 술집 바깥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거야. 그 돈 다 쓸까 봐. 감히 누가 술 마시는데 들어와….

면 소재지로 간 여배우.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노은면 소재지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와 경제 상황에 맞추어 면 소재지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변해왔다. 늙어서 숨는 곳, 노(老)- 은(隱). 도시로 가고 싶었거나, 도시가 되고 싶었거나. 남편만 믿고 남자만 보고 와서 살다가 노은면 여자가 된 여인의 삶. 9박 10일 동안 여배우는 무엇을 보았을까?

(SBS 뉴미디어부)         

[SBS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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