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든 母" 신고받고도…늦게 도착한 경찰

<앵커>

60대 여성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범행이 일어나기 30분 전에, 아들이 불안감을 느껴서 112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다른 사건과 헷갈려서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사건을 막지 못했습니다.

손형안 기자입니다.

<기자>

살인 사건은 어젯밤(12일) 9시 40분쯤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일어났습니다.

64살 박 모 씨가 아들의 여자친구인 34살 이 모 씨와 전화로 심하게 다툰 뒤였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는 이 씨를 품에 흉기를 지닌 채 집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평소 조울증 증세가 있던 박 씨는 아들과 숨진 이 씨의 교제를 반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들 이 모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흉기를 가지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밤 9시 12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신고한 지 15분 뒤, 아들 이 씨는 독촉 전화까지 걸었지만 그때까지도 순찰차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경찰관이 근처에서 신고 접수된 다른 가정폭력 사건으로 착각해 엉뚱한 곳으로 출동했기 때문입니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순찰차가 신고접수 3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진 뒤였습니다.

이 씨가 들고 있던 손가방으로 박 씨를 때리려 하자 박 씨가 흉기를 휘두른 겁니다.

이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 도중 숨졌습니다.

경찰은 살인 혐의로 박 씨를 입건하고 출동했던 경찰관들을 상대로 경위 파악에 나섰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이홍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