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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내고…피 같은 농업용수 몰래 뽑아 쓴 업체

<앵커>

올여름 중부지방은 최악의 가뭄을 겪었죠. 물이 없어서 농부들 마음이 타들어 갔는데, 한 골재회사가 농사에 필요한 물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몰래 끌어쓰다가 적발됐습니다. 심지어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도 이런 얌체 짓을 계속했습니다.

김종원 기자가 기동 취재했습니다.

<기자>

넓게 펼쳐진 논 옆으로 저수지가 있습니다.

저수지 물은 논에서 논으로 이어진 농수로를 타고 흐르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물을 댑니다.

[조원열/농민 : 이게 농수로인데 저수지 물이 이리로 내려가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저수지를 열어 물을 내려보내도 아래쪽 논으로까지는 물이 잘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이유를 알아보니, 농수로 근처에 있는 이 골재회사가 문제였습니다.

공장 앞으로 흐르는 농수로에 파이프를 꽂아 논에 대야 할 물을 몰래 뽑아다 자기들 공장 돌리는 데 쓴 겁니다.

밖에선 파이프가 보이지 않게 교묘히 가려놓고, 심지어 공장 앞 농수로 바닥을 깊이 파내서 아래쪽 논으론 물이 잘 내려가지도 않게 해놨습니다.

[(바닥을 깊이 파놓아서) 저수지에서 잔뜩 물을 내려야만 이게 가득 차서 그다음부터 내려가는 거죠.]

농수로뿐 아니라 근처 강에서도 물 펌프를 이용해 무단으로 물을 퍼 올리고 있습니다.

하루 500톤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는 이 골재 회사, 지난 10여 년간 농업용수와 강물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몰래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이 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도 여전히 강물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골재 업체 대표 : (이거 농수로 쓰신 것 때문에….) 모르겠고 그거 지금 고발됐으니까 얘기하지 마. 정식으로 하든가, 똑바로 기사 내시고. 찍지 마! (잠깐만요, 잠깐만요!)]

취재진을 따돌린 골재회사 대표는 잠시 뒤 경찰들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경찰 : 신고가 들어와서요.]

[기자 : 저희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경찰 : 선생님, 신고하셨어요?]

[골재 업체 대표 : 제가 신고했어요. 카메라 좀 찍지 않게 해주세요.]

대표는 지금까지 몰래 쓴 농업용수와 강물의 대가를 지불하겠다면서 앞으로도 비용을 지불하고 물을 계속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해당 시청은 농업용수를 개인 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건 아무리 돈을 낸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적발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물을 뽑아 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시흥시청 하수관리과 직원 : (고발이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도 계속 쓰는 것 같아서요.) 인력이 없어서 (단속을 못 나가요.) 그렇다고 남의 파이프를 막 빼 나를 수 없잖아요?]

업체의 양심 불량과 단속기관의 행정 소홀로 기록적인 가뭄에 가뜩이나 힘든 농심은 더욱 멍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홍종수,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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