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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조차 모른 채…이산가족 절반은 이미 고인

<앵커>

지난 2002년 이곳을 방문했던, 미국 부시 대통령은 침목에 "이 철도가 이산가족들을 연결하길 바란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전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의 절반 가까운 분들이, 생이별의 아픔 속에 벌써 세상을 떠났습니다.

통일을 갈망하며, 도라산 역에서 보내드리는 마지막 리포트는, 박하정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꼭 닮은 얼굴이 한 눈에도 내 아들이구나 싶었습니다.

지난해 금강산을 찾은 상봉단 가운데 최고령이었던 94살 강능환 할아버지는 이때 큰아들 얼굴을 처음 봤습니다.

1·4 후퇴 때 임신 중이었던 아내를 두고 사흘 뒤에 돌아온다며 집을 나섰지만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모두 6차례, 11시간만 허락된 아들과의 만남.

이제 다시는 못 볼 거라는 생각에 더 큰 그리움이 남았습니다.

[강능환 :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 입장이니 하루 빨리 좀 만나야 해서,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 항상 바라는 것뿐이죠.]

이렇게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4살 조창남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합니다.

[조창남 : 제일 보고 싶은 건 부인, 아들. 이젠 부인이 나이가 90이거든. 죽었겠지. 만나도 아들하고는 정이 없을 것 같아. 요만해서 헤어졌는데….]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던 어르신 12만 9천여 명 가운데 절반이 망향의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달리했고, 상봉을 기다리는 생존자도 80세 이상이 절반을 넘습니다.

생사 확인이나 서신 교환까지 중단된 채 야속한 세월만 흘러가면서, 이산가족들의 아픔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이승환, 영상편집 : 최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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