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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도 '여자의 일생'…여배우는 뭘 봤을까

[SBS 스페셜] 여배우와 만재도 여자 

천의 인생을 살아가는 여배우가 진짜 인생을 만난다면 어떨까. 베니스로 갔던 여배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섬 ‘만재도’로 갔다.

영화 ‘뫼비우스’로 베니스에 초청받아 간 여배우 이은우. 그녀가 만재도에서 살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배우와 만재도 여자의 기묘한 동거기. 여배우는 섬 처녀로 살며 무엇을 볼 것인가.

“너무 나한테만 갇혀 산 것 같고 요즘에는 특히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가슴을 울린다. 나는 계속 뭔가 벗어나려고 하면서 부딪치고 깨지고 상처 받고 그러는데 한 자리에서 묵묵히 몇 십 년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삶이라는 게 뭔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공간이 주는 느낌이 내게는 매우 중요하다. 영화를 찍을 때 항상 현장에 먼저 간다. 그 공간에 있어 보고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만재도는 동 떨어져 있는 특별한 섬이다. 그런 공간 안에 있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을지, 그 사람들과 함께 제가 어떤 영향을 받고 제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움직일지 무척 궁금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섬 '만재도'에 살고 있는 여자의 일생은 특별하다. 뭍을 동경하며 보낸 청춘 같은 섬에서 태어나 만난 남자와의 결혼생활 고단하고 외로운 섬 안의 삶. 누구는 섬을 떠났고 누구는 남았다.

파도치고 바람 부는 바다 같은 만재도 여자의 인생 바닷물처럼 푸르고 짙게 배어있는 외로움과 그리움. ‘여자의 일생‘이라는 관점에서 섬 여자를 본다.

◇ 여기도 저기도 '동네 오빠' 만나 결혼한 여자들 

만재도 고(高)씨 7자매가 있다 동네 오빠를 만난 세 명은 섬에 남고 네 명은 도시로 갔다. 만재도 해녀 윤(尹)씨 자매도 6자매다. 역시 동네 오빠와 결혼한 두 여자는 섬에 살고 다른 자매들은 뭍 총각을 만나 뭍에서 산다.

현재 동네오빠와 결혼해서 살아온 만재도 여자만 전체 가구 절반이 넘는 13명에 이른다. 만재도는 온 동네가 다 사돈에 팔촌이고 서로서로 친척관계다.

아래윗집에서 나란히 살아가는 80대 박씨 자매도 그리고 마을의 최고령 90대 윤씨 할머니도, 홀아버지와 동생들을 돌보려 만재도에 남은 79세 임씨 할머니도 만재도에서 태어나 섬에서 배필을 만나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그들은 지금도 매일 아침 6시 부두로 나와 고기 배를 가르고 낚시 바늘을 뀐다. 만재도 남자들을 만나 만재도에서 살아가는 섬 여자의 하루는 노동으로 시작하고 노동으로 끝난다.

◇ 만재도로 간 인생여행…그녀들과 살고 말한다

삼시세끼로 널리 알려진 만재도 예능이 아닌 다큐의 눈으로 보니 섬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작은 섬에서 살아가는 섬 여자의 일생, 여배우가 8박 9일간 살아보고 말한다.

고기를 잡으면서 취미가 생활이 되고 물고기가 반찬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시간이 왔다. 첫날 그렇게 짖던 동네 개들도 더 이상 여배우를 향해 짖지 않았다. 통발에서 물고기를 잡아 회를 뜨는 것도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날짜 가는 것을 잊고 말았다. 그녀는 매일 항구로 나갔고 떠나는 자를 배웅했고 섬에 들어오는 사람을 반겼다.

매일 만재도 여자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녀의 감정도 복잡해져갔다. 여배우는 너무 쉽게 울었고 섬 여자들은 아무도 울지 않았다.  만재도 여자들의 신산하고 고단한 지난 삶에서 여배우가 본 것은 소주 한잔 정도다. 마치 태고부터 그곳에 섬이 있었던 것처럼 만재도 여자의 삶도 그렇게 계속된다.

"이제 섬을 보면 더 이상 예쁜 풍경이 아닌 그곳 여인의 삶이 보이고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미역과 홍합‘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충분히 미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도 같다. 살아보고 울어봤으니까. 그리고 모기 밥이 되고 목이 검게 타들어 갔었으니까."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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