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근대화 상징'서 '애물단지'로…사라지는 고가도로

<앵커>

서울 광화문에서 충정로를 잇는 서대문 고가도로입니다. 이 고가도로가 44년 만에 철거됩니다. 오늘(10일) 자정부터 통행이 통제되고 다음 달까지 철거 작업이 진행되는데요, 이렇게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도심에서만 17개의 고가가 철거됐습니다. 한때 근대화의 상징이던 고가도로가 이렇게 점차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요?

뉴스 인 뉴스, 정성엽 기자입니다.

<기자>

6·25 전쟁 이후 급격히 인구가 불어난 서울의 풍경은 늘 이렇게 북적였습니다.

도심 교통난도 해결해야 하고, 전쟁의 상처를 떨쳐낼 번듯한 서울의 모습도 필요했던 시절입니다.

1960년대 후반 서울시 최초인 아현고가, 청계고가로 더 알려진 삼일고가, 서울역 고가 등은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김기호/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 뭔가 우리 사회에 없던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낸 거가 되겠죠. 이런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해결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길 만한 물건이라고 볼 수 있겠죠.]

고가도로를 시원스레 내달리는 자동차는 80년대 고속 성장의 상징으로 비쳐졌습니다.

서슬 퍼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라 자동차 운전자만 누리는 특혜라고 누구도 입에 담지 못하는 사이 100여 개의 크고 작은 고가가 세워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국 사회가 급변했습니다.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고가도로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습니다.

근대화의 자랑이라던 청계고가를 시작으로, 최초라는 상징성을 갖던 아현고가를 포함해 17개의 고가가 차례로 사라졌습니다.

대신 고가도로에 짓눌렸던 장소들은 자동차 운전자만이 아닌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신성일/서울연구원 교통공학 연구위원 : 차를 가진 사람도 시민이지만 보편적인 시민을 모두 다 생각해야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소외됐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차도 같이 생각하자. 하지만 중심은 시민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불과 50년 만에 근대화의 자랑거리에서 도심의 애물단지로 변한 고가도로.

변화된 시각 이면에는 눈에 보이는 개발 성과가 지상과제였던 권위주의 시절에서, 시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를 고민하는 민주 사회로의 변화를 짧은 시간에 겪어야 했던 우리 현대사의 자화상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 영상편집 : 최은진, VJ : 김준호)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